[쿠키뉴스] 김영재 기자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자리한 석산 주변 마을 주민들이 석산에서 골재 채취 작업 중 파헤치는 돌무더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산먼지와 분진으로 많은 주민들이 암이 발병했다며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완주군에서 1990년대 초반 허가가 난 고산면 석산 작업장 인근 마을 주민들은 “30년 넘게 석산에서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울려 퍼진 발파음에 분진, 미세먼지를 마시고 살아왔고, 무슨 이유에선지 많은 주민들이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며 완주군과 석산 업체에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관련 정확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석산 작업장 인근 마을 주민들은“30년 넘게 고통을 참고 살아왔는데 2022년 허가가 만료되는 석산이 재허가를 추진하고 있다”며 눈물을 삼켰다.
주민들에 따르면 고산에 석산이 들어서고 업체는 분진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7개 마을에 한 마을당 500~6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석산 업체에서도 마을 주민들의 환경피해 호소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고 석산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주민들이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많은 주민들이 투병 중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실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구가 사는 안남마을에는 17명이 암 진단을 받고 7명은 안타깝게 숨졌고 10명이 투병 중이다.
종암마을에는 58가구에서 19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8명은 암을 치유해 살아남았다. 신상마을에서도 65가구에서 8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1명은 숨졌고, 7명이 투병 중이다.
석산 인근 7개 마을 가운데 3개 마을에서만 네 집 중 한집에서 가족 중 암 환자가 나온 셈이다.
안남마을 송치헌 이장은 “우리 집사람도 지난해 암에 걸렸다”면서 “멀쩡하던 마을 사람들이 암에 걸려 쓰러질 때 영문을 몰랐는데 그게 다 30년 넘게 산을 파헤치고 돌을 캐낸 석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안남마을 오다선 노인회장도 지난 2013년 암에 걸렸다고 아픈 상처를 털어놨다.
마을 주민들은 “석산에 발파가 있는 날은 하루에도 수차례 천지가 흔들이는 굉음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발파가 아니라도 돌을 부수는 소음에 마을 앞까지 날아든 돌가루 분진에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석산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발파작업과 작업 중 터져 나오는 굉음으로 안남마을 주민들이 사는 집 담장도 금이 갈 정도로 위태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도 하소연했다.
또한 주민들은 “석산 작업장에서 날아드는 돌가루 분진이 농작물에도 쌓여 생업인 농사를 짓고 살기도 어렵게 됐고, 마을 인근 하천에 지천이던 물고기와 다슬기도 사라졌다”고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귀촌한 3가구도 “석산 때문에 살 수 없다”며 집을 팔려고 내놓고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송치헌 이장은 “주민들의 피해가 크고 많은 주민이 암에 걸렸다고 토로하고 있는데도 완주군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고 뒷짐만 지고 있다”고 행정에도 불신을 드러냈다.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이 전북지역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최근 고창의 외토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호소에 고창군이 발 빠른 대처에 나서 현장 실태조사와 함께 주민 고통 치유에 힘쓰는데 반해 완주군 공무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주민 민원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완주군이 전면에 나서 석산 업체와 함께 인근 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밝히고 30년 넘게 산을 파헤친 석산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산 인근 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명 호소에 완주군 담당자는“우선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수질검사를 통해 원인 파악에 주력하겠다”며 “지금으로서는 석산 인근 마을 주민 전체에 대한 집단 암 발병 관련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산면에 자리한 해당 석산은 1990년대 초반 석산개발 허가를 받고, 수차례 회사가 변경되면서도 허가기간이 연장돼 내년 말 허가기간이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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