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화장실 시간 제한'으로 일부 훈련병들이 바지에 소변을 보는 일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쌍팔년도도 아니고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충격"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군인권센터(센터)는 26일 성명을 내고 "육군훈련소의 방역 지침은 과도하게 개인이 위생을 유지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배변까지 '감염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통제하는 상식 이하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센터 성명에 따르면 입소한 훈련병들은 전원 예방적 격리에 들어간다.
훈련병들은 월요일에 입소한 뒤 다음날 1차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1차 결과가 나오는 수요일까지 3일 동안은 비말 감염 우려로 양치와 세면이 금지된다. 화장실도 통제된 시간에만 다녀올 수 있다.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이때부터 양치와 간단한 세면은 가능하지만 입소 2주 차 월요일에 진행하는 2차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샤워는 금지된다. 훈련병들은 입소한 뒤 8∼10일 뒤에야 첫 샤워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센터는 "용변 시간 제한으로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했다"면서 "전문의들은 개인당 거리 유지 및 수용 면적 대비 인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하면 열흘이나 세면과 샤워를 통제할 까닭이 없고 오히려 단체 생활 중 오랫동안 씻지 못해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이에 대해 대규모 인원이 한 번에 들어오는 신병 입소 과정에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센터 측은 "육군은 감염병 통제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 주장하지만, 해병대의 경우 1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입소 2일 차까지만 샤워·세면·양치를 전면 통제하고 이후에는 모든 세면이 가능하다"며 "육군훈련소는 대안을 찾지 않고 이를 모두 통제하는 손쉬운 방법부터 택했다"고 비판했다.
임대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훈련소는 훈련병 대상 방역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훈련병들이 최소한의 기본적 청결을 유지한 상태에서 훈련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 지침을 즉시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육군훈련소의 방역 대응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1일 한 누리꾼이 3월 논산에 입대한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일부를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한 4일 정도 이를 못 닦는다. 3일째 세수하고 머리를 처음 감는다. 화장실도 차례대로 가야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센터가 폭로한 내용과 비슷하다. 글쓴이는 "5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군대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도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비슷한 내용의 폭로가 나왔다. 글쓴이는 "논산 훈련소 조교로 일하는 지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라며 △화장실 이용 제한 △4~7일 양치·세면·샤워 불가 △24시간 KF94 마스크 착용 등의 제약 내용을 열거했다.
논산훈련소의 방역 대응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라 지킨다고 고생하는 군인들만 때려잡는다"면서 "격리시설 밥도 부실하더니 군대에 간 아들이 있는 부모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원해서 가는 군대도 아니고 징집이란 명분으로 아들들을 데려 갔으면 인간적인 대우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자주 화장실 못 가게 하려고 밥도 부실하게 준 것인가"라면서 최근 불거진 일부 군부대의 부실 급식 논란을 언급하며 비꼬았다.
일부 누리꾼은 관련 기사 댓글에 "모두 사실"이라면서 "최근 논산훈련소에 다녀왔다. 입소 2주 뒤에 샤워할 수 있었다. 세면장에서 제한 시간 3~5분 주고 양치, 샤워를 다 해야 했고, KF94 마스크 안 쓰고 자면 크게 혼났다. 기사는 극히 일부로 더 심하게 통제했으며 사람대접을 못 받았다.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노예수용소급" "군대 문화는 왜 아직도 과거에 멈춰있나" "없던 병도 생기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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