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지원 받으려면 ‘인디 음악’ 규정 먼저”…머리 맞댄 가요계

“정책 지원 받으려면 ‘인디 음악’ 규정 먼저”…머리 맞댄 가요계

기사승인 2021-05-20 18:34:36
‘2021년 대중음악 정책을 위한 포럼’ 현장.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긴 보릿고개를 견디고 있는 대중음악 업계가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일 오후 서울 서강로 MPMG 사옥에 모인 업계 종사자들은 ‘정책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선 인디 음악을 정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뜻을 모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 마포구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 및 레이블, 소규모 공연장은 생사기로에 놓였다. 이날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레협)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공연 1089건이 취소됐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1840억원 달한다고 음레협은 추정했다. 인디 뮤지션들이 주로 활동하는 홍대 인근 공연장 콘서트는 총 454건이 취소돼 약 21억원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 금액은 전체 티켓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포럼을 주최한 음레협 측은 영화 산업을 예로 들며 ‘정책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선 인디 음악이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적 의도가 우선시된 영화 △다양성을 확대하는 영화 △주류 영화산업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과감히 다루는 영화를 ‘독립영화’로 규정해 제작을 지원한다. 인디 음악계 지원을 위해선 이처럼 ‘인디(독립) 음악’을 규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대중음악 정책을 위한 포럼’ 현장.
루비레코드 이규영 대표는 “인디 음악업계 역시 영화계처럼 ‘예술적 의도 우선’과 ‘다양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예술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돈 안 되는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레이블을 인디로 규정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밴드 코토바 멤버 다프네는 ‘인디 뮤지션 등록제’를 의견으로 내놨다. 음반 발매나 공연 이력 등을 토대로 인디 뮤지션을 구분·등록하자는 주장이다.

티켓 매출 중 일정 비율을 적립해 영화진흥기금을 조성·운영하는 영화계처럼, 대중음악계도 기금을 만들어 인디 음악을 지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 대표는 “최근 스포티파이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처럼 민간 차원에서도 (인디 지원이) 충분히 가능한데, 국가 정책에만 의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인디 음악 업계가 겪는 가장 큰 고충은 공연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도 동반자 외 거리 두기를 적용해 공연하는 뮤지컬 등 다른 장르 공연과 달리, 대중음악 공연은 ‘모임·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집합이 불가능하다. 대중음악 공연 종사자로 이뤄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이와 같은 방역지침은 차별이라며 반발해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 어울마당로에 자리한 롤링홀 내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운영되던 홍대 인근 라이브클럽은 사정이 더 나쁘다. 거리두기 2단계 이상에선 아예 공연을 열지 못하다가, 지난 3월말부터 가까스로 공연을 재개해왔다. 이날 음레협에 따르면 서울 소재 공연장 90여 곳 가운데 60~70곳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공연장은 객석이 30석 내외로 적어서 티켓 매출만으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술을 팔아 공연장 운영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설물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야 한다.

네스트나다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김하나 실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음료 판매를 자체 중단하면서 수익이 40% 이상 줄었다”면서 “게다가 공연장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이다 보니 방역 물품도 지원받을 수 없었다. 임대료와 인건비 외에 방역 비용도 매월 40만원 넘게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기정 프리즘홀 대표는 “공연장으로 등록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공연장으로 등록하길 원하는 라이브클럽에 음레협이 절차를 안내하거나 지원해주면 좋겠다. 동시에 라이브클럽은 그 고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레이블 불가마사운드 대표이자 밴드 톰톰 멤버로도 활동 중인 한상태는 “라이브클럽이 신인이거나 무명인 음악인을 키우는 요람인 건 맞다. 하지만 대중은 ‘라이브클럽이 과연 필수불가결한 존재인가’하는 의구심을 갖는다”라며 “라이브클럽이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면 스스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기획공연이 얼마나 자주 열리는지 전산화하고, 공연에 오른 뮤지션이 한국 음악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롤링홀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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