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마디가 모여 한 곡이 되고, 그렇게 다섯 곡이 모여 다섯 마디가 된 음반이에요.” 최근 서울 도산대로37길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정승환이 말했다. “열광을 불러일으키진 않더라도, 사람들 플레이리스트에 오래오래 머무르면서 언젠가 꺼내 듣는 음반이면 좋겠어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으니 편하게 들어주세요.”
싱글과 OST를 내고 음악 예능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 출연하며 2020년을 보낸 정승환은 올해 초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이라는 문구가 새긴 채였다. 정승환은 “‘목소리로 설명되는 가수가 되자’는 포부로 데뷔 음반 ‘목소리’를 만들었다. 신보는 ‘목소리 2탄’ 같은 음반”이라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더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호소력이 탁월해 ‘발라드 세손(世孫)’으로도 불리는 그는 새 음반을 정통 발라드 5곡으로 채웠다. “지금 정승환을 설명하는 음악을 꼽자면 발라드”라고 답을 내린 결과다.

가수 아이유가 작사·작곡한 ‘러브레터’도 눈에 띈다. 아이유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불렀던 미발표곡인데, 정승환이 지난해 이를 커버했다가 연이 닿았다. 정승환과 아이유의 협업은 ‘눈사람’,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정승환은 “아이유 선배님을 비롯해 권순관 선배님, 서동환 등과는 이전에도 함께 작업한 적 있어 결이 잘 맞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러브레터’ 기타 연주는 싱어송라이터 곽진언이 맡았다. “포크 음악 사운드를 내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떠오른 인물”이란다. 정승환은 “세션 녹음은 30분~1시간 사이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진언이 형은 3일 동안 몇 시간씩 녹음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승환은 7년 전 ‘K팝스타4’에서 유희열이 강조했던 ‘한 끗 차이’를 아직도 기억한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발라드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마법이 ‘한 끗 차이’에서 나온다고 그는 믿는다. “과거에 신승훈이 있었고, 이적이 있었고, 성시경이 있었다. 잘하면 정승환이 그들 뒤를 잇지 않을까”라던 유희열의 예언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유희열 선배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어떤 기준치보다 덜 부르려는 경향이 있대요. 예를 들어 슬픔을 호소하는 구절이라면 대부분 온 힘을 실어서 부르는데, 저는 몇 % 힘을 뺀다고요.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가 더욱 슬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봐요. 그렇다고 신파를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건 아니에요. 신파가 진심이라면, 있는 그대로 불러도 된다고 생각해요. 발라드는 솔직하게 표현해도 민망하지 않은 장르니까요.”
wild37@kukinews.com / 사진=안테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