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가수 후유 “가늘고 길게, 질기게 살아남고 싶다”

[쿠키인터뷰] 가수 후유 “가늘고 길게, 질기게 살아남고 싶다”

기사승인 2021-05-29 07:00:08
가수 후유.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Mnet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래퍼 해쉬스완. 그가 속한 홈즈 크루에 ‘와일리’(Y1ee)라는 이름을 가진 가수가 있었다. 여러 가요제에서 인정받은 가창력과 트렌디한 음색이 그의 자랑거리였다.

홈즈 크루가 2016년 낸 첫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힙합 계에서 유망주로 주목받자, 와일리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공연 기획사와 출연료를 협상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지방 공연이 생기면 멤버들을 공연장으로 실어 날랐다. 그에겐 현실이 야망을 앞섰다. 멤버들이 합숙하던 집 월세 걱정에 손발이 바빠졌다.

‘내 음악’을 향한 갈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와일리를 덮쳤다. 그는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결심이 서자 이름부터 바꿨다. ‘후유’(hoyouu). 그는 자기 이름을 이렇게 다시 지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푸이(phooey) 사무실에서 만난 와일리, 아니 후유가 들려준 얘기다.

지난 26일 공개된 신곡 ‘파인드 미 온 어 뷰티풀 랜덤 데이’(Find on a beautiful random day)는 그가 예명을 바꾼 뒤 낸 첫 노래다. 홈즈 크루 일원이었던 디캐시가 멜로디를 만들었고 후유가 가사를 붙였다. “시작하지 못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에요. 지금은 볼 수 없는 상대에게 어느 아름다운 날 나를 찾아달라고 말하는 노래죠. 경험담이냐고요? 저, 픽션(허구)으로는 가사 못 써요.(웃음)”

후유가 지난 26일 낸 싱글 ‘파인드 미 온 어 뷰티풀 랜덤 데이’ 표지.
박자감이 강조돼 힙합 색채가 강하던 이전 발표곡과 달리, 신곡 ‘파인드 미…’는 사운드가 부드러워 편하게 듣기에 좋다. 후유는 “말하듯이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키워드는 ‘아쉬움’이에요. 그동안 부른 노래는 대개 음역대가 높았는데, 이번엔 담담하고 루즈(느슨)한 느낌을 주려고 했죠.” 감미로운 보컬과 산뜻한 편곡 덕에 온라인에선 ‘봄 날씨와 찰떡’이란 반응이 줄을 잇는다.

후유는 원래 ‘힙합 애호가’였다. 10대 시절 싸이월드 클럽에 자신이 만든 랩을 올리며 음악에 발을 들였다. “그때 느낀 힙합은…한마디로 ‘중2병’이었어요. 하하.”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자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 축제 무대와 가요제를 섭렵하며 ‘무대의 맛’에 눈을 떴다. 자신을 향하는 관객의 눈빛과 함성이 짜릿했다.

그런 그에게도 음악을 떠나 있던 시절은 있었다. 20대 초반 때 일이다. 군에서 전역한 그는 타투 기술을 배워 타투이스트로 일했다. 손놀림이 좋아 돈도 제법 벌었단다. 그래도 음악을, 무대를 잊을 수 없었다. 하던 일을 접고 상경해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종일 노래를 불러도 수입은 8000~9000원 남짓. 그래도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낮에는 주방장, 타투이스트로 일하면서도 밤이 되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요즘도 후유는 지인이 새로 차리는 식당 메뉴를 짜느라 바쁘다. 그는 “낮에는 (식당에서) 단가를 계산하고 밤에는 음악을 만든다. 뭐가 주업이고 부업인지 헷갈리곤 한다”며 웃었다. 그에게 음악은 순수한 열망 그 자체다. 후유는 “1년에 한 권씩 신간을 내던 작가 아멜리 노통브처럼, 꾸준히 노래를 내고 싶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는 EP(미니음반)를 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이 제일 편해요. 사람들 앞에서 공연할 때, ‘그래. 난 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고요. 한순간에 유명해지기보다는, 제 노래가 꾸준히 인정받길 바라요. 가늘고 길고 질기게 살아남는 가수, 낚싯줄 같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푸이(phooey)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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