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괜찮아, 괜찮아. 몸은 좀 어때?”
“주물러주니까 좀 낫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의 대면 면회가 허용된 1일 김창일(1938년생,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거주)씨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경기 광주시 소재 선한빛요양병원을 찾았다. 지난 달 12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나 대면 면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부터 1단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직계가족 모임에 인원 제한 없이 참석할 수 있게 되고, 요양병원·요양시설의 환자나 면회객 중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2차 접종 후 2주경과)했다면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다. 노인의 경우 한 차례 접종만으로도 노인복지시설 이용이 수월해진다.
김씨가 큰아들 부부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었다. 김씨는 예방접종증명서를 보여준 뒤 체온 측정 및 방문자 명부 작성을 마치고 3층에 위치한 대면 면회실로 향했다.
이어 아내 구모씨(여·77)가 요양보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나타났다. 구씨는 지난 3월 2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구씨는 남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고, 김씨는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며 아내를 달랬다. 노부부는 손소독제를 바른 뒤 두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아내의 손과 다리를 주무르며 “몸은 좀 어때”라고 물었다. 이에 구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 “주물러주니까 좀 낫네”라고 답했다.
면회는 9시 15분부터 약 20분간 진행됐다. 김씨는 고등학생인 손주 등 가족들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주말(22일)에도 비접촉면회를 했다. 전화기로 5분간 통화를 하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걱정이 많이 돼 밤에 잠을 못 잤다. 우리 부부는 50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오랜만에 보는데 모처럼 만나서 너무 좋고 반갑다. 앞으로 가족들이랑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큰아들 김한구(54)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2남 1녀가 매주 돌아가면서 면회를 왔는데 최근 들어 대면 면회가 되지 않아 어머니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목소리도 좋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더 좋아질 듯하다”고 전했다.
병원측도 대면 면회 제한이 풀리면서 환자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늘었다”면서 “대면 면회가 가능해졌으니 환자들의 정신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집단 면역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최대한 많은 환자분들이 보호자와 만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한빛요양병원에서는 오전 1건, 오후 1건의 대면 면회가 진행된다. 조성훈 선한빛요양병원 원무팀장은 “전날 오후 3시쯤 대면 면회 관련 문자를 환자 보호자들께 발송했다.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하기에 아직 면회 신청이 많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