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대구시가 정부와 별개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정부와 한국화이자제약사가 고개를 갸웃하자 시민들이 혼란해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등 대구지역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화이자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대구시와 일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3~4월부터 국제 의료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화이자 백신의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터테크와 접촉을 시도해 왔다. 대구시의 백신 도입 목표 분량은 총 3000만명 분으로, 바이오엔테크 측은 긍정적이나 화이자 측의 제공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의 이러한 소식에 정부는 “민간회사 측 제안”이며 “정품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한국화이자제약도 “승인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 “대구시에 백신 구매를 제안한 주체는 외국의 무역회사로 화이자나 바이오엔테크 측 제안은 아니다”라며 “제안을 전달받고 정품 여부를 화이자에 요청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국가나 코백스 퍼실리티 같은 초국가 기관에 한정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서 민간 무역회사가 어떻게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화이자 본사의 확인은 거친 한국화이자제약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각각 중앙정부와 초국가 규제기관에만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며 “화이자 본사와 한국화이자는 그 어떤 단체에도 한국에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수입·판매· 유통하도록 승인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화이자 백신 도입을 두고 대구시와 정부의 엇갈린 주장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정말로 이 일이 성사가 된다면 권영진 시장은 대구의 영웅이 될 것이고, 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거라면 시민들을 우롱한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달서구에 살고 있는 주부 한모(41)씨는 “혹시 벌써 계약금이라도 준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그거 다 시민들이 낸 세금일건데, 걱정이다”고 했다.
특히 이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하루 종일 공유되며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화이자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제품이면 ‘짝퉁’아니면 불법이라는 건데, 대구시민으로 너무 부끄럽다”는 글을 남기자, 다른 네티즌이 “안 그래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백신 접종률이 전국 꼴지라고 놀림 받던데, 이번 일로 놀림거리가 하나 더 추가되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구시민으로 시장님의 말을 믿고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부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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