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실 CCTV 설치보다 강력한 자정 활동이 우선”

의협 “수술실 CCTV 설치보다 강력한 자정 활동이 우선”

이필수 의협 회장 “CCTV 설치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것과 다르지 않아”

기사승인 2021-06-02 17:00:08
대한의사협회가 2일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수술실 CCTV 설치보다 의료계의 강력한 자정 활동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의협은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이 막중한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공모해 불법의료행위를 자행한 사건으로 보고,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의료계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단체 등에서 대리수술 근절에 대한 해법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선량한 의사들을 위축시켜 소극적인 방어 진료를 야기해 환자에게 치명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고, CCTV 설치 관리,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으로 큰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자정활동으로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정활동 강화 정책이 목표하는 바는 ‘의사와 국민 간의 신뢰 회복’”이라며 “의료계의 강력한 자율정화 의지를 알려 국민과의 신뢰 회복의 단초가 마련되고 상호 신뢰가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은 중앙윤리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장선문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의료법령이나 의사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한 징계 결정을 통해 실효성 있는 내부규제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의사윤리를 위반해 의료계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진계를 통해 전체 회원의 명예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016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전문가평가제를 통해서도 의사 자율정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부터 광주, 울산, 경기도 등 3개 시도의사회에서 제1기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2019년 5월부터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부산, 울산, 대구, 전북 등 8개 시도의사회로 사업지역을 확대해 현재 제2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양동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은 “전문가평가제가 의사 스스로의 비윤리적 의료행위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의료계 내부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자율규제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심의대상 유형이 확대됐고, 의료인에 대한 대국민 신뢰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가단체로서 자율규제 기능이 확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처벌보다는 예방을, 단속보다는 계도를 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 단장은 “앞으로도 의료행위 수행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통해 의료인단체의 전문성, 자율성, 객관성을 강화하고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으로 의료계 내부의 자율규제와 의사윤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외에도 자율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면허관리원 추진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명하 의협 법제부회장은 “의협 중앙회 및 각 시도의사회에 24시간 제보 가능한 ‘자율정화 신고센터’를 설치해 의사의 비윤리적 의료행위 확인을 용이하게 하고 속도감 있게 사안을 검토해 처리하겠다. 또 의사면허관리원 추진을 통해 자율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번 대리수술 사건이 터졌을 때 의협도 먼저 나서 제제를 취했다. 법적인 고발 때도 의료법이 아닌 가중처벌이 될 수 있는 보건범죄단속 특별조치법에 의거했다”며 “자기 동료가 중죄를 저질렀다면 감쌀 수 없다. 의사단체도 선한 다수의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감싸기가 아닌 감시자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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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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