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석달 뭉개더니…女중사 사망 후 가해자 휴대폰 확보한 軍

블랙박스 석달 뭉개더니…女중사 사망 후 가해자 휴대폰 확보한 軍

"하지 말아 달라" 블랙박스에 피해자 목소리 녹음

기사승인 2021-06-03 06:08:23
동료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모 중사가 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동료 여성 공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군사법원에 넘겨진 장모 중사가 구속된 가운데 사건 직후부터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공군의 부실 수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사경찰의 초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가 확보됐음에도 사건 규명에 핵심 증거가 될만한 가해자의 휴대전화는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야 확보됐다.  

유족 측 변호인은 2일 피해자 이모 중사가 탑승했던 차량의 블랙박스를 직접 확보해 군사경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충남 서산 소재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인 장 중사는 지난 3월2일 회식 후 차 안에서 이모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이 영상에 "하지 말아 달라" "앞으로 저를 어떻게 보려고 이러느냐"는 이 중사의 절박한 목소리가  녹음됐다. 

이 중사의 변호인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신고 이후 해당 부대 군사경찰은 곧바로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고 했다. 

군사경찰이 이 사건 발생 직후인 3월 초 확보하고도 석달간 사건을 뭉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이 중사는 지난 3월 5일 첫 피해자 조사에서 장 중사의 혐의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장 중사의 첫 가해자 조사는 같은 달 15일이 돼서야 이뤄졌다. 당시 군사경찰은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했으며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장 중사는 첫 가해자 조사에서 일부 혐의만 시인했고 피해자 측 주장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 중사는 자발적으로 부대를 옮겨달라고 요청했고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가 숨진 이후인 지난달 31일에서야 장 중사의 휴대전화가 확보됐다. 

더구나 공군은 이 중사가 숨진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사건을 단순 변사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이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누락됐다. 

그러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건이 드러나자 군은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장 중사는 구속됐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