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북미시장 공략은 여전히 ‘넘사벽’

시중은행, 북미시장 공략은 여전히 ‘넘사벽’

기사승인 2021-06-16 06:27:02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국내 시중은행이 북미 시장 영토 확장을 위해 문을 두드린 지 10년이 더 지났으나 아직까지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은 ▲국내 기업 협업 ▲사업 다각화 등을 이유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으나 현재 성과는 정체돼 있다. 순이익은 국내 지점 하나 수준에 그친다. 이는 저금리 위주의 미국 시장의 특성, 네트워크 부족,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하나·신한·우리은행)의 북미법인의 실적은 지난 수년 간 정체되거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북미법인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큰 우리아메리카(2조8535억원)는 지난해 155억43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년 전(2018년 말 기준) 실적(205억1000만원) 대비 24.21%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과 기타포괄손익을 포함한 총포괄손익은 오히려 마이너스(-57억7800만원)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북미 법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나뉴욕파이낸셜은 지난해 1억73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년 전(22억4800만원) 순이익 대비 오히려 감소세로 이어진 것이다. 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의 지난해 순이익은 33억1600만원으로 2년 전(38억7000만원)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신한은행의 미국법인(아메리카신한은행)은 51억9200만원의 순이익을 내 선방했으나 2017년 (94억7200만원) 실적 대비 약 45.18%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북미 지역 지점은 있으나 해외법인은 두고 있지 않다. 국민은행은 미국,  런던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 리테일 보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CIB(기업금융)과 같은 IB(투자금융)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동남아 시장은 적극적인 지분투자나 M&A(인수합병)을 통해 리테일과 기업금융 모두를 공략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법인이 아닌 지점만 있고, 현지 진출한 기업이나 리테일을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북미법인의 고전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타 국가 대비 높은 인건비 ▲네트워크 한계 ▲리테일 제한 ▲저금리 기조 및 자금경색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금리 부문에서 미국 은행이 국내와 비교해 오히려 마진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 금융시장은 인구 고령화 및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장기적인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금융시장의 경우 현재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돼 있고, 이는 국내 보다 오히려 이자마진 수익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인건비나 임대비용도 타 국가 대비 부담이 크다고 평가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건비나 부동산 임대비용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언급했다.

현지 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북미 현지 은행과 비교한다면 금융선진화에서 경쟁력이 밀릴 수 밖에 없다”며 “때문에 북미권 보다 동남아 시장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에 대한 규제(상업은행 기준)도 국내은행 보다 엄격하다. 실제 지난 2018년 미국 재무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자금세탁방지 강화를 요구했다. 일례로 지난해 IBK기업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을 이유로 미국에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사업에 대한 컴플라이언스가 한국과 비교해 엄격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법인의 존재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지 진출하는 국내 기업과 유동적인 협업, 한인 네트워크 활성화, 해외 IB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해외 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과 사업 협업과 독자적인 투자금융을 위해서는 북미법인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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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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