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윤 작가가 대본을 쓰고 최정인 PD가 연출하는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한명전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직장인들의 분투를 담는다. 배우 정재영과 문소리를 비롯해 안내상, 박원상, 박성근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온라인에선 이미 ‘실제 회사 부장님들 같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이날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최 PD는 “진짜 같은, 자연스러운, 공감 가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 “외모로 승부하겠습니다”
정재영이 연기하는 최반석은 20년 넘게 가전 개발만 하다가 하루아침에 인사팀으로 쫓겨난 인물이다. 뛰어난 회로설계 능력과 성실함을 무기 삼아 여러 히트 가전을 만들어 냈지만, 세월에 밀리고 사내 정치에 치인다. 정재영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는데도 애환과 재미가 느껴졌다. 내 또래 직장인 모습에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버텨내는 최반석이 자기 자신의 상황과 닮았다는 설명이다. 그가 최반석을 연기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외모’. 정재영은 “꾀죄죄함과 우중충함에 집중했다”면서 “연기로는 다른 분들에게 상대가 안 돼서 외모로 승부하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먹고 살기 힘드시죠?”
최반석의 상사인 인사팀 팀장 당자영은 배우 문소리가 맡는다. 한명전자 최초의 여성 임원을 꿈꾸며 일에 빠져 사는 모습이 문소리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문소리는 “인사팀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애환이 많은 자리라고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당자영 캐릭터를 불쌍히 여기는 순간들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가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경험한 직장생활은 한 마디로 ‘격정’이었다고 한다. 문소리는 “부장님 정도 되면 회사에서 자리를 잘 잡아서 월급도 많이 모으고 아파트도 사놓고 행복할 줄 알았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버티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스펙터클하게 와닿았다”며 “‘먹고 살기 힘드시죠?’ ‘버티느라 힘드시죠?’라고 물으며 삶의 애환과 위로를 시청자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 “선인도, 악인도 없는 드라마”
개발1팀 팀장이자 당자영의 옛 남편 한세권 역의 배우 이상엽은 ‘미치지 않고서야’를 “선인도 악인도 없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등장인물마다)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대본 안에 잘 나타나 있다”며 “한세권의 말과 행동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럴 수도 있겠다’라고 이해하실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PD 역시 “(캐릭터를) 미화하거나 악화하거나 단면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며 “짠한 이야기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울고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남 창원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해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기자들을 적극 기용했고, 김가은·김남희 등 라이징 스타들도 참여한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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