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진보당과 함께 2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소화기나 비상구 등의 위치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있을 뿐 아니라, 휴대폰 압수 조치로 위급한 상황이 와도 대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물류센터 화재는 예견됐던 사고"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국가인권위원회, 노동 조합 등의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날 실태 발언에서 최OO(21)씨는 "고양 쿠팡 물류센터에서 여러번 일을 하면서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면서 "이마저도 한 번은 마이크, 영상 자료 없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교육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에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는데, 핸드폰이 없어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라고 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덕평 물류센터에서 포장 일을 했다는 이OO(34)씨는 "쿠팡의 대부분 업무지시는 개인 단말기를 통한 앱으로 이뤄졌다"며 "속도가 조금만 늦어져도 빨간 경고등이 뜨고, 그래도 속도가 늦으면 방송으로 언급하거나 관리자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쿠팡의 안전교육과 관리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관리자라고 해봐야 대부분 책임과 권한이 없는 계약직"이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처리를 못해 몇십분을 헤맨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무 현장이 굉장히 큰 창고라서 층을 빠져 나오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안전교육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떄 말고는 없었다"라고 짚었다.
2019년 덕평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원OO(29)씨도 "근무하며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름이 아니라 연락처 뒷자리 4자리로 불렸던 것"이라며 "노동자들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런 시스템에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해서도 "배송 속도만 우선시하는 분위기에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는 대신 진보당 측에 쿠팡 근무 경험담을 제보한 이들도 많았다. 쿠팡 오산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김모씨는 "영하18도 냉동창고에 들어가는데 쉬는시간이 없었다"라고 밝혔고, 고양 1,3센터에서 지게차 운전 등을 했다는 최모씨는 "화장실 한번 갔다왔다고 시말서와 사실확인진술서 등을 쓰라고 요구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폭로하는 제보들이 줄을 이었다. 덕평물류센터에서 적재 작업을 했다는 김모씨는 "날이 더우면 선풍기 하나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쓰러질 지경"이라며 "잠깐식 일을 쉬어야 하는데 물량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마감시간이 되면 뛰어 다녀야 할 정도"라며 "휴대전화은 보안상을 이유로 반입 금지한다"라고 썼다.
쿠팡 오산센터에서 집품과 포장 일 등을 했다는 조모씨는 "소화기 찾는 건 보물찾기 수준이고, 비상구 앞에 물건을 담는 카트를 잔뜩 가져다 놔서 '불나면 그냥 죽었다 생각해야겠구나' 싶었다"라며 "당연히 비상구가 어디있는지 구체적 교육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넓은공간 이지만 물건을가져다 놓은 선반의 간격이 매우좁은데다가 카트까지 있다고 생각하면 빠른대피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진보당 측은 이들의 제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 측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를 요구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반복되는 쿠팡 발 사고와 그들의 대응 태도를 봤을 때, 쿠팡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라며 "쿠팡 전체 물류센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비롯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사회의 즉각적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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