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한국은행이 약 2년9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 연 0.75%로 결정하면서 ‘저금리 시대’의 종막을 알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한데 이어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고려해 금리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약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3조원 이상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고 있는 코로나 지원금 관련 정책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8월 정례회의를 열고 연 0.50% 기준금리를 0.75%로 전격 인상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9개월만이다.
저금리시대의 종막…올해 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
금융권에선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다시금 세계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서 국내 경제를 안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약 1년 이상 유지됐던 ‘초저금리’ 기조로 국내 경제의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빚은 사상 처음 1805조원을 돌파했다. 해당 수치는 지난 2003년 통계자료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가계부채의 증가추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대출은 1년 사이 168조6000억원이 늘어났다.
또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올해 초부터 이어진 국내경기 회복세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지만 앞으로 백신접종 확대, 수출 호조로 견실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완화적 금융여건에서 금융불균형이 계속 누적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금리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조적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0.25%p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등 여전히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0.25%p 기준금리 인상, 서민 이자부담 3조원 증가…재난지원금 효과 30%↓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00조원의 가계부채 중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00조원에 달한다. 해당 대출들이 변동금리가 적용되고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들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대출 차주들의 이자만 약 3조988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앞서 한은은 대출 금리가 1%p 오를 경우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금리가 0.25%p 증가할 경우 가계 이자 부담이 2조9000억원, 0.50%p오르면 5조9000억원이 늘어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 및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 차입) ▲저소득(소득 하위 30%)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에 해당하는 취약차주들은 시장금리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한은의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 시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를 분석하면 해당 기간 취약차주 연체율은 6.4%에서 8.4%로 2.0%p 상승했다.
추석 전까지 지급이 예정된 국민지원금(제 5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 가구를 대상,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편성된 재원의 규모는 약 11조원인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됨에 따라 3조원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실질 효과는 8조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인당 지급받는 금액도 25만원에서 실질 부채 증가율을 제하면 18만원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효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세가 멈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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