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보전? 요금 인상?... 최악의 지하철 적자, 어떻게 책임지나 

무임승차 보전? 요금 인상?... 최악의 지하철 적자, 어떻게 책임지나 

기사승인 2021-09-02 06:15:11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 2021.04.12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서울시가 정부에 지하철 적자 관련 지원을 촉구했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하철 적자 보전 관련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1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손실을 정부에서 보전해달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정부의 무임승차 정책 이행으로 발생한 재정 손실을 더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부담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직접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큰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조1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시민 이동량이 줄며 수익도 감소했다. 이번 해에도 1조6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노조) 관계자는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임직원 임금이 체불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도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른 지자체에서는 각 지역 지하철공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주지만 서울시에는 보조금을 전혀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노조는 적자의 주원인으로 무임승차를 지목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 등이다. 노년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65세 이상 노인은 154만명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 승차 인원 중 15.5%를 차지했다. 같은 해, 서울교통공사의 영업 손실은 약 5324억원이다. 이중 무임승차 비용은 약 3709억원으로 전체 영업손실 비용의 70%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교통공사 손실은 연평균 3368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임승차와 버스 환승 등 공익서비스 손실금은 지난해 기준 4793억원이다. 

12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1.04.12 쿠키뉴스 DB
정부에 보전을 요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르면 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당해 철도서비스를 직접 요구한 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이에 근거해 코레일에 전체 손실 비용의 60%를 보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 기준, 연평균 1200억원이다. 코레일은 경기·충청 지역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도 운행하고 있다. 해당 노선에 대한 무임승차 손실 비용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전국 6개 지하철 운영기관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임수송 제도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돼야 한다는 것에 전체 응답자 중 9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론도 있다. 여러 적자 원인 중 무임승차에만 화살을 쏟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요금은 2015년 1250원으로 인상된 후 현재까지 동결 상태다. 낮은 요금으로 인해 지하철 승객 1명당 손해액은 지난해 기준 770원으로 집계됐다.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과급 지급과 고임금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교통공사 사장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8176만원이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5곳 중 두 번째로 높다. 

적자를 메울 해법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갈렸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적자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며 “낮은 요금과 운영사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해결한 다음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65세 이상의 은퇴자들이 지하철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 건강 증진 효과도 있다”며 “현행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는 등 혜택을 줄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수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세금의 투입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면서도 “고령인구 비율을 단순하게 해석하면 오는 2047년 지하철 탑승자 10명 중 4명은 무임승차자일 수 있다. 이러한 수입구조를 견딜 운영기관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나라도 우리처럼 모든 시간대에 이용회수와 무관하게 전액 감면하지는 않는다”며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할인 시간대와 할인 폭, 재원 부담 주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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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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