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 “좋은경험 주는 공간 만들고파”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 “좋은경험 주는 공간 만들고파” 

기사승인 2021-09-02 06:00:19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미니FM을 운영하는 모습.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매해 창립기념으로 11월 초반에 미니FM을 진행한다.  

[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공동체라디오는 소규모 지역(시·군·구)을 대상으로 하는 10W 이하 소출력 방송이다. 주민이 직접 마을 소식을 전하고 콘텐츠 제작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엔 관악FM, 마포FM 등 20년 가까이 지역과 함께해온 라디오가 있고, 마을 미디어로 활동하다 정식 사업 승인을 받은 라디오도 있다. 사단법인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그렇다. 

법인 출범 준비로 바쁜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를 1일 오후 북가좌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가좌동 대표 마을 미디어다. 그래서 원래 이름도 ‘가재울라듸오’다. 가재울은 가좌동 옛 이름이다. ‘큰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한 갓(가장자리) 마을’이라는 순 우리말이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서 시작
작은 녹음시설서 가좌동 소통창구로

서울시엔 각 자치구를 대표하는 마을 미디어가 있다. 2012년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이 낳은 결과물이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소소한 주민 공간 겸 녹음시설이 전부였다. 마을모임을 열고 소모임을 지원하며 네트워크를 키웠다. 성장을 거듭하며 마을 미디어로서 입지도 굳혔다.

당시 가재울라듸오(서대문공동체라디오 전신)는 서울시 마을 미디어 최초로 미니FM(임시 주파수를 받아 일정기간 FM방송을 하는 것)을 운영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스튜디오 진열장 한 칸을 가득 채운 상장들이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근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 마을공동체라디오 20개 신규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장 대표는 겸손했다. 그는 선정 요인으로 ‘신뢰’를 꼽았다.

장 대표는 “8년 동안 마을미디어로서 활동해온 점이 선정 배경이지 않을까 싶다”며 “비영리법인으로 주민지지를 얻고 지역과 많은 관계를 맺어 만든 라디오 매체여서이지 않나 생각 한다”고 밝혔다. 

급하게 마련한 서명운동…600명 응원에 ‘큰 보람’
9행시 적어준 활동가·빗길 뚫고 온 후원인 모두 ‘일등공신’

사업자 선정까지 가슴 벅찬 순간도 많았다. 지원서를 내기 전 급하게 지지 서명을 받았다. 일주일 만에 600명이 넘게 서명을 해줬다. 걔 중엔 선정기원을 담아 ‘서대문공동체라디오’로 9행시를 적어준 활동가가 있었다. 또 하루는 후원 자동이체 본인인증을 하려고 빗길을 뚫고 스튜디오로 찾아온 주부도 있었다. 

장 대표는 “라디오 방송은 피드백이 잘 없는데 짧은 시간에 600명이 넘게 서명해준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라디오 개념이 어려운데 주민들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라디오’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더라”고 회고했다. 

장수정 대표(왼쪽 첫번째)와 관계자들이 방송을 하는 모습.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술 보급 노력

마을 이야기 담은 출판 사업 고심
하루 18시간 방송 인력·공간마련 ‘과제’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미디어 맞춤기술 개발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마을미디어를 운영하려면 일단 주민참여가 있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한정된 지원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술이 어려우면 진입 장벽이 생긴다. 적은 비용으로 생중계하는 기술이나 장비를 찾아서 다른 미디어와 공유하고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출판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가재울음악수다방’이나 ‘서대문역사기행’ 등 콘텐츠를 책으로 엮을 참이다. 장 대표는 “지역소식을 의미 있게 다루는 콘텐츠가 많지 않고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덜하다”며 “책을 편하게 생각하는 주민도 있고 물질성이 있어서 자체로 남겨놓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인 공동체라디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 대표는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근거리에서 전달할 수 있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장 대표는 “지역 소식을 연고가 없는 이에게도 전하는 게 공동체라디오 역할”이라며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할 대 좀 더 쉽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날로그와 근거리 미디어가 지닌 장점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디오로 좋은 경험 안기고파”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내년 9월 13일에 개국한다. 개국일은 주파수(91.3MHz)를 따라 정했다. 1년하고 조금 더 남은 기간 동안 풀 숙제가 많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현재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앞으로 하루 18시간 방송을 하려면 매주 2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들을 수용할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활동가 주거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장 대표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공동체라디오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사람들에게 기쁜 경험을 안겨주길 그는 희망한다.

장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미디어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미디어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 실질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국을 만드는 게 가장 큰 포부지만 이걸로 사람들이 좀 더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의사소통을 하고 그런 경험이 많이 쌓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