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3N 아성 흔들?…한국 게임업계 지각변동 생길까

‘철옹성’ 3N 아성 흔들?…한국 게임업계 지각변동 생길까

기사승인 2021-09-04 06:30:03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철옹성과 같았던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급부상한 신흥 강자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CI.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제공

◇ 3N답지 않은(?) 부진한 성적표

지난해 ‘언택트’ 수혜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3N은 올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분기 3사 모두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은 2분기 매출 5733억원(560억엔), 영업이익 1577억원(154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4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연말까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으나 성장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은 1조477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감소, 영업이익은 6011억원으로 42% 줄었다. 새로운 흥행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게임 매출이 감소하며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2분기 매출 5385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46% 떨어지며 시장 전망치 1414억원을 하회했다. 앞서 지난 1분기에도 엔씨소프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76.5% 감소하며 크게 부진했다.

넷마블은 2분기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였던 48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6월에 출시된 ‘제2의 나라’ 관련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며 국회의사당 인근에 등장한 트럭.   사진=문대찬 기자

◇ 더 큰 문제는 실적 이면에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분기의 이슈, 게임 출시 유무, 마케팅 비용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부진한 실적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 ‘제2의 나라’를 출시한 넷마블의 경우 오는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3N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한국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내 개발사의 주요 수익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은 일종의 ‘뽑기’와 유사하다. 게임사가 정한 확률표에 따라 일반 아이템 혹은 희귀 아이템이 등장한다.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여야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최악의 경우엔 능력 이상의 재화를 쏟아부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상황에 따라 수치를 바꾸는 변동확률이 게임 속에 적용됐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들은 분노의 문구를 담은 트럭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고질적인 Pay to Win(페이 투 윈,P2W) 형태의 BM구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장르인 MMORPG의 대부분은 돈을 써야 이기는 P2W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대~30대 초반 게이머들은 해당 BM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은 원작의 감성을 재현하기 보다는 ‘리니지류’로 대변되는 MMORPG 시스템을 도입해 논란에 휘말렸다. 탐험과 힐링 요소가 빠지고 원작에 없던 PK(플레이어 킬링) 등 P2W 요소가 다수 포함됐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의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기대했던 대다수의 유저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3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 최다매출 순위는 4위를 기록 중이지만, 이용자 평점은 2.4에 머무르고 있다.

직장인 게이머 김 모(35)씨는 “이전에는 넥슨 게임도 그렇고, 엔씨의 리니지도 참신함이 있었다”면서도 “지금 이들은 게임성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서 게임 관련 기사를 보면 3N을 국내 게임사의 대표격으로 지칭하는데, 일반 이용자들에게 3N의 인식은 그닥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펄어비스 '도깨비'.   펄어비스 제공.

◇ ‘신흥 강자’ 크래프톤·펄어비스, ‘게임 체인저’ 될까

3N의 아성이 흔들리는 와중에 펄어비스와 크래프톤 등은 2010년대 후반부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펄어비스의 경우 MMORPG에 오픈월드를 접목한 ‘검은사막’을 출시해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인지도를 알렸다. 배틀로얄과 FPS를 접목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베스트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도 두 회사는 꾸준히 참신함이 묻어나는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의 사전예약을 진행중이다. 아울러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소설 ‘눈물의 마시는 새’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프로젝도 윈드리스’는 시간을 투자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밖에도 크래프톤 산하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는 명작 SF 호러게임 ‘데드 스페이스’를 제작한 글렌 스코필드가 배틀그라운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중이다.

자체 엔진을 사용할 정도로 개발력을 입증한 펄어비스는 최근 독일 게임전시회 ‘게임스컴 2021’에서 신작 ‘도깨비’를 공개하면서 한국 게임사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국내 이용자뿐 아니라 글로벌 게이머들도 도깨비의 수려한 그래픽에 극찬을 보냈다. 사실적인 그래픽의 원동력은 펄어비스가 개발한 신형 엔진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에 도깨비만의 트렌디한 감성을 디자인했다. 트레일어 영상에서도 전통 한옥, 솟대, 석탑, 풍등, 연 같은 장치들이 게임 곳곳에 배치돼 한국적인 '미'를 살렸다. 여기에 K-POP과 스케이트보드나 롤러브레이드 현대적인 요소도 잘 버무렸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됐던 국내 신작들과는 분명히 궤가 다르다.

증권가에서도 두 회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IPO를 진행한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 공모가(49만8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기준 크래프톤의 종가는 50만9000원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상장 이후 크래프톤의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60만7500원으로 신한금융투자(51만원), 유안타증권(62만원), 한국투자증권(58만원), 메리츠증권(72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펄어비스의 주가는 도깨비 공개 직후 급등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7만원이었던 펄어비스의 종가는 26일 8만7900원까지 급등했다. 30일에는 10만2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3일 기준으로는 8만8400원으로 조정이 있긴했지만, 상승세는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3N을 비롯한 기존의 대형 게임사들은 분명히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유저들이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모두 기존의 쌓인 업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3N이 수익성에 치중하지 않고,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질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신뢰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를 필두로 한국 게임업계가 또한번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