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형상에 따라서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붙여 만드는 공정은 모두 같지만, 이를 어떤 모양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포장 모양만 다른 게 아니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생산공정 방식 및 난이도 등에 차이가 있다.
가장 먼저 원통형 배터리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AA 건전지와 같은 형태다. 크기는 다르겠지만 원통 모양을 하고 있다면 모두 원통형 배터리로 볼 수 있다. 보통 ‘전지’, ‘배터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원통형일 만큼 오랜 생산 역사를 지니고 있고, 관련 기술이 다량 축적돼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대량 생산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한 단전지(Unicellular) 기준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아서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는 전동공구를 비롯한 정원공구, 청소기 등에도 이용된다.
다만, 원통형으로 인해 용적당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 공간 활용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원형 배터리를 여러 개 넣었을 때 사이 빈 곳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들을 직사각형 틀에 담은 형태이다. 과거에는 착탈식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원통형 배터리보다 슬림하고, 각진 모양으로 인해 공간 효율성이 높아 더 많은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파우치형에 비해 외부 충격에 강하다. 또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원통형·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단점이다. 각형 배터리 제조에는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엮어 돌돌 마는 와인딩(winding) 기법을 주로 쓰이는데 각형 내부 공간을 완전히 채울 수 없어 에너지 밀도가 낮다. 최근에는 스태킹(stacking) 방식도 도입해 이를 개선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고, 패키징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따라서 배터리 내 빈 곳이 거의 없으며, 원통형·각형에 비해 설계가 자유롭다. 다양한 크기,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어 전기차 완성업체의 요구에 대응하기 쉬우며, 에너지 밀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맞춤형 제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대량 생산이 어렵고, 생산 단가도 높다. 아울러,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통형·각형보다 고온에서 버티는 힘은 떨어지며, 외부 충격에도 약하다.
서로 다른 특성의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하는 전기차 완성업체들도 각사마다 배터리 선호도가 다르다.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3월 배터리데이 행사를 통해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미국 포드는 지난 4월 파우치형을 주력 배터리로 공식 채택했다.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는 일찌감치 원통형 배터리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배터리사들도 배터리 제조 형태에 변화를 가져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배터리 생산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개발 배경을 ‘안정성’·‘공간활용성’·‘고효율성’ 등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배터리 선택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 추세와 협력을 맺고 있는 배터리사들과의 관계 등도 향후 배터리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통형·각형·파우치형 등 각 배터리 장단점이 교차하고 있어 아직 어떤 배터리가 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기까지는 세 가지 형태의 배터리가 치고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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