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9시 대구 북구 매천수산시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포 사이로 난 길에는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조기, 문어, 돔배기(상어고기)는 좌판에 깔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주부 손정자(66․북구)씨는 “아침에 나오면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나보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고는 “항상 명절이면 매천시장에 생선을 사러 온다. 싸고 싱싱한 게 여기만 한데가 없다”고 말했다.
오랜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상인들도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일손이 바빠졌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이 시작된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효과가 시민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 이모(34)씨는 “지난 설때랑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아침부터 밤까지 몰려드는 사람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제사상에 올라가는 생선뿐 만아니라 선물용 전복이나 대하, 칼치, 회도 많이 나가는데 모두 재난지원금 덕분인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구 대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입구부터 꽉 막혔다. 골목을 지나갈 때면 엇갈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어깨가 수차례 부딪쳤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머리가 희끗한 60~70대부터 20~30대까지 양손가득 비닐봉지와 장바구니가 들려 있다.
주부 이혜원(39수성구)씨는 “가을에 애들 입힐 옷도 몇 벌 사고 장도 볼 겸해서 나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 “주머니사정 빠듯해서 시장 나오기 겁났는데 재난지원금 덕분에 마음 편히 장본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끼고 널브러진 옷을 정리하던 아동복 가게 주인 박모(43․여)씨는 “재난지원금이 풀린 다음부터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조카까지 매장에 나왔다”면서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지금은 100% 재난지원금 결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17일 현재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인 대구시민 206만 명의 88%가 4545억 원의 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자 181만 명 중 87%인 157만 명은 신용·체크카드로 지원금을 신청했으며, 24만 명은 대구사랑상품권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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