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안보는 “글쎄요” 청약통장은 “집이 없어서”… 놀라운 대선후보 윤석열

[여의도 고구말] 안보는 “글쎄요” 청약통장은 “집이 없어서”… 놀라운 대선후보 윤석열

베일 벗은 토론실력에 ‘혹평’만

기사승인 2021-09-28 06:00:23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지난 16일 1차 컷오프를 통과한 국민의힘이 대선 예비후보 8인이 첫 TV 토론에 나섰다.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정치신인’ 윤석열 후보였다. 그간 윤 후보는 ‘토론 회피’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첫 토론 이후 총 3번의 토론이 진행됐다. 여권의 평가는 ‘낙제점’이다. 같은 편인 야권도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왜 그동안 윤석열 후보가 그렇게 TV 토론을 회피했는지 알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논란이 생기고 윤 후보 캠프가 ‘뒷수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22일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 캠프 제공. 
 
“언제 했습니까? 이번에?”… “글쎄요, 설명 좀”

국민의힘 3차 방송토론회에선 윤 후보의 ‘안보 무지’ 의혹이 일었다. 안보와 관련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서다. 

홍준표 후보는 26일 저녁 채널 A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대통령으로서 작전계획 5015(작계 5015)가 발동되면 무얼 먼저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작전계획 5015는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반환된다는 것을 전제로 개발된 군사작전 계획으로, 북한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후보는 “글쎄요, 한번 설명해주시죠”라고 답변하며 머뭇거린 뒤 “남침이라든가 비상시에 발동되는 작전계획 아닌가. 일단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대응법은 다소 엉뚱한 대답이었고, 홍 후보는 “작전계획 5015가 되면 이미 미국 대통령과 협의가 끝난 것이다. 대통령이 할 일은 전쟁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윤 후보의 안보 무지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에 대한 반응을 냈다. 뉴스포털은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고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러한 상황에 홍 후보는 “김여정이 군사적 균형을 깨지 말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어떻게 보나”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언제 했는가? 이번에 했는가?”라고 생소한 소식이라는 듯 반응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모르면 넘어가겠다”고 했고, 윤 후보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결국, 토론회가 끝난 뒤 윤 후보 캠프가 수습에 나섰다. 홍 후보의 ‘작계 5015’ 언급을 문제 삼으며 질문이 잘못됐다고 몰아갔다. 윤 후보 캠프 백승주 안보정책본부장은 27일 논평을 내고 “대선후보들도 군사기밀보호법을 지켜야 한다”며 “실정법인 군사기밀법은 군사기밀의 탐지·수집·점유·누설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홍 후보는 군사기밀법의 제정정신과 내용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미 언론에도 공개된 작전계획이다. 자기 후보(윤석열 후보)의 무지는 탓하지 않고 벌떼처럼 나서 군사비밀 운운하는 것은 캠프의 무지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라며 “최근 김여정의 대남 협박 내용도 모르는 그 후보의 안보 무지는 더더욱 놀랍다”고 비꼬았다. 

여권에서도 ‘정책 바보’라는 비난이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2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작계는 육군 병장만 돼도 다 아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본인이 ‘정책 바보’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안보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작계에 대해서도 몰라서야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이 없다”

이번 대선의 핵심으로 떠오른 ‘부동산’ 분야에서도 윤 후보의 무지는 빛났다. 

윤 후보는 지난 23일 2차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진 못했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없으면 만들어야죠. 오히려”라고 압박했고, 윤 후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주택청약통장은 주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윤 후보가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한 답변은 상식과 어긋난다.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청약통장 의미도 모르는데 전·월세로 고통받으며 대출문제로 걱정하는 서민들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라며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청약통장과 부동산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주민 의원도 “비슷한 예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발언이 있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본인이 전혀 모르는 얘기를 아는 척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내용을 질문했던 유 후보는 “입만 열면 계속 실수하는 걸 보면 그분 철학에 배어있는 것이다. 살아온 삶이 대통령 후보로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캠프가 또다시 나섰다. 윤 후보 캠프는 입장문을 내고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으며, 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직업상 여러 지역으로 빈번히 이사를 다녀야 했던 것도 신경쓰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취지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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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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