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rky Studios “세 장의 카드, 모든 부분에 마술의 매력 담았죠” [GIGDC 2021]

Sparky Studios “세 장의 카드, 모든 부분에 마술의 매력 담았죠” [GIGDC 2021]

기사승인 2021-10-06 06:30:02
Sparky Studios의 '세 장의 카드'.  GIGDC 2021 제공

[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GIGDC 2021 대학부 대상을 수상한 Sparky Studios(스파키 스튜디오)의 ‘세 장의 카드’는 마술을 주제로 한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스토리의 비중이 매우 높은 이 작품은 ‘아르센 뤼팽’·‘루팡 3세’ 등의 캐릭터로 잘 알려진 ‘괴도(괴이한 도둑)’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흥미를 더했다.

스파키 스튜디오는 세종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 ‘판도라큐브’의 멤버 중 2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진 팀이다. 기획·프로그래밍을 맡은 김준우 팀장과 아트 담당 이채영 팀원으로 구성됐다.

쿠키뉴스는 지난 1일 수도포병여단에서 군 복무 중인 김 팀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품작 가운데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그는 “세 장의 카드가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 놀랍고 기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Sparky Studios 김준우 팀장(왼쪽)과 이채영 팀원.   김준우 팀장 제공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종대학교 게임 개발 동아리 '판도라큐브' 소속으로, 김준우·이채영 2인으로 구성된 스파키 스튜디오입니다. 

보통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등 최소 세 분야가 기본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 팀은 제가 기획과 프로그래밍을 동시에 진행했어요. 기획은 게임개발 전부터 어느 정도 틀을 다져놨거든요. 이후 아트를 맡은 이채영 팀원과 함께 작업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며 작품을 다듬었습니다. 

GIGDC 2021 시상식서 마이크를 잡은 김준우 팀장.   김준우 팀장 제공

이번에 GIGDC 대학부 대상을 수상했는데,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상이 아니라 GIGDC에서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워낙 명성이 있고 규모도 큰 대회였으니까요. 다른 분들이 출품한 게임만 보더라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몇몇 게임을 보면서는 “저건 무조건 우리 팀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뿌듯하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장님께서는 GIGDC 수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군인 신분이신데요. 부대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깜짝 놀랐죠. 발표일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과를 하던 중에 소식을 들었거든요. 수상 이후 부대에서 여러가지 부분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스팀에 출시된 '세 장의 카드'. '매우 긍정적'이라는 이용자의 평가가 눈에 띈다.   사진=스팀 화면 캡처

제가 알기로 세 장의 카드는 GIGDC 출품 이전에 이미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군입대를 한 부분은 아쉬움도 남을 것 같아요. 보통 출시 초반에는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도 많이 생기니까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생각 외로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보답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곧바로 업데이트를 하지 못한 점 등이 있겠네요.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부대에서도 개인정비 시간을 이용해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당장 시상식 기간에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지휘관의 허가가 떨어졌고, 인터뷰 진행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개인정비시간에는 주로 GIGDC 출품작 분석을 많이 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괜찮아 보이는 작품이 많았거든요.

출품작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 장의 카드는 마술을 주요 소재로 한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입니다. 마술을 사용하는 주인공이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업에 잠입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핵심으로 삼았던 콘셉트는 ‘21세기 사회에 괴도가 나타난다면,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였어요. 

마술사인 주인공이 ‘세 가지 계기’를 거쳐 괴도로 변해가는 과정을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전반에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괴도’라는 참신한 설정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동시에 기존의 괴도 캐릭터와의 차별점도 필요했죠. ‘루팡 3세’, ‘아르센 뤼팽’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괴도는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무결점 캐릭터인데요. 반대로 세 장의 카드 주인공은 실수도 하지만, 점차 발전하는 성장형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괴도가 마술을 사용한다는 설정이 매우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게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과거 학교에서 우연히 ‘나우 유 씨 미’라는 영화를 봤어요. 마술사들이 공연으로 악덕 회사의 자금을 털어간다는 내용이었는데, 거기서 등장했던 마술 트릭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마술을 사용하는 도둑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이런 생각을 구체화한 뒤 게임 개발에 돌입했는데요. 개발 초기 주인공이 카드 트릭을 사용하면 멋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패를 숨겨놓은 강자의 여유라고 할까요? 한국 영화의 캐릭터로 예를 들자면 조승우 배우가 연기한 영화 ‘타짜’의 ‘고니’와 비슷할 것 같네요. 카드는 아니지만 영화 ‘전우치’에서 강동원 배우가 결정적 순간에 부적을 사용하는 것처럼요.

'세 장의 카드' 유튜브 소개영상.   김준우 팀장 개인 유튜브

그렇다면 ‘세 장의 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마술이라는 콘셉트를 게임 전반에 녹였다는 점을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게임을 만들면서 지독할 정도로 마술에 집착했어요, 스토리와 스킬 등 게임의 내적인 부분뿐 아니라 UI(유저 인터페이스) 등의 외부 부분에도 마술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집중했죠.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의 스토리는 마술이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스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웃음). 주인공이 사용하는 스킬도 전부 마술이에요. 카드를 던져서 적을 기만하고, 문과 문을 지나친다든지. 또한 암전을 시켜 적의 시선을 돌리기도 해요. 여기서 다른 게임과 차이점이 있는데요. 주인공은 적들을 쓰러뜨리지 않고 지나쳐갑니다. 이는 스토리와도 연관성이 있어요,

UI에도 마술 요소를 적용했어요. 아무리 개성이 강한 게임이라도 UI는 편의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세 장의 카드 UI를 구성할 때는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트럼프 카드와 같은 마술 부분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만들고 나서 걱정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용자분들이 참신하다고 평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 장의 카드는 매우 콘셉트가 확실한 작품인데요. 그만큼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제 의도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어요. 나름 열심히 구상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상상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 굉장히 답답하더라고요. 머릿속으로는 이미 게임이 구동되고 있는 상태인데, 실제로 모니터로 봤을 때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죠.

스토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스크립트를 쓰다 보니 개연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고 느껴 힘이 빠지기도 했죠. 결국에는 스크립트를 쓰고 엎고 하는 과정을 6번 정도 거쳤어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시 쓸 때마다 조금씩 개선이 됐다는 거예요. 

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네요. 특히 두 사람이 게임 전체를 만들다 보니 아트 리소스를 구성하는데 한계점이 생겼죠. 돌이켜보면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자리에서 이채영 팀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채영 팀원의 화풍과 디자인 센스 덕분에 세 장의 카드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카드 마술을 하는 모션.   GIGDC2021 제공 

게임을 만드는 도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잠시만요, 기억을 조금 더듬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 제작 과정은 아니지만 출시 이후 재미난 사연이 있었어요. 세 장의 카드를 스팀에 출시한 이후 한 외국인 이용자의 리뷰를 받았는데요. 그분이 “내 동생이 이 게임을 플레이한 후 맨날 주인공의 마술 모션을 따라 한다”는 후기를 남기셨어요. 폼을 잡으면서 스킬을 쓰는 주인공의 포즈가 연상돼 엄청나게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도 다양한 리뷰를 봤지만, 그때 봤던 외국인 이용자분의 리뷰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김준우 팀장의 팬게임을 플레이한 스트리머 침착맨.   침착맨 유튜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언제부터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대략 생각해보면 수능을 치르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좋아하면 스트리머 ‘침착맨’의 방송을 즐겨보고 있었는데, 침착맨님과 주호민 작가님이 판타지 세계관 기반으로 제작된 ‘병거니우스의 모험’이라는 이름의 TRPG(테이블 탑 역할 수행게임)를 하셨어요. 스토리가 워낙 재밌어서 이 내용을 토대로 팬 게임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게임 엔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상태여서 기초 툴로 제작을 했습니다. 침착맨님이 만든 이야기에 제 색깔을 첨가해 각색했고, 팬 커뮤니티에 결과물을 올렸죠.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침착맨님도 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서 유튜브에 올리셨고요.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제 게임을 플레이한 이용자가 나중에는 내용을 잊더라도 일러스트를 보고 ‘아, 이 게임 정말 재밌게 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전에 ‘원샷(Oneshot)’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방금 말씀드린 감정을 느꼈거든요. 제 작품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을 게임이 됐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만들고 싶네요. 저는 게임은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스토리를 이용자에게 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탑 뷰(Top view) 혹은 횡 스크롤이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전역하고 여유가 된다면 탄탄한 스토리 기반의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개발 역량을 더 키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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