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가 오는 9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안양 KGC와 전주 KCC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 열전을 펼친다. 약 6개월 동안 6라운드로 10개 팀이 54경기씩 총 270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르며, 이후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로 우승팀을 가린다.
비시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만큼 10개 팀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시즌 KBL의 변경점을 비롯해 리그 판도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새로운 땅에서
차기 시즌을 앞두고 연고지가 바뀐 팀이 2팀 있다.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간 한국가스공사와 부산에서 수원으로 올라온 KT다.
한국가스공사는 2020~2021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접은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하면서 재창단했다. 대구에 프로농구단이 생긴 것은 오리온(현 고양 오리온) 이후 10년 만이다. 대구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는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10일 안양 KGC와 첫 홈 경기를 치른다.
다만 한국가스공사와 대구시는 아직 연고지 협약을 맺지 않았다. 신축체육관 건립 문제 등을 두고 견해차를 드러낸 탓이다. 새 경기장이 필요하다는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건립 방식과 장소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신축체육관 건립이 확정되기 전까진 연고지 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KT는 기존 연고지였던 부산시와 시설 사용 문제로 갈등을 겪다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KT는 당초 2023년 연고지 정착제에 따라 부산으로 훈련장 등 구단 전체를 옮길 계획이었다. 구단은 홈구장인 사직체육관 옆 보조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훈련장으로 활용하기를 바랐으나 부산시와 협의에 실패했다.
이에 KT는 부산 대신 이미 훈련시설이 완비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방안을 KBL 이사회에서 허락받으면서 수원에 새로 정착했다. 서수원칠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며 오는 10일 원주 DB와 첫 홈 경기를 가진다. 수원은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이 머물던 시절 이후 약 20년 만에 연고팀을 갖게 됐다.
◆ 3강 6중 1약? 장담 없는 순위 경쟁 예고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기량의 하향평준화, 국내 선수들의 기량 상승 등으로 팀 간 전력의 격차가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승 후보도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시즌이다.
10개 구단 감독들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우승 후보는 KT다. KT는 지난달 30일 열린 KBL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0표 중 6표를 받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KT는 2017년부터 꾸준히 리빌딩을 해오면서 리그 정상급 전력을 꾸렸다. 2017 드래프트에서 허훈, 양홍석을 시작으로 박준영, 박지원 등을 지명했고 올해는 전체 2순위를 얻어 하윤기를 선택하면서 그간 약점이었던 빅맨 자리 보강도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 자리에는 검증된 득점원인 캐디 라렌이 가세했다. 라렌은 지난 2시즌간 LG에서 뛰며 득점력과 골밑 장악력을 인정 받은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고전해 39경기에 출전하면서 평균 22분간 15.7점 8.9리바운드에 그쳤지만, KT에서는 1옵션을 맡으며 명예회복에 나선다.
KT는 벤치 멤버도 탄탄하다. 이번 자유계약(FA) 선수 시장에서 김동욱과 정성우를 영입하면서 노련미를 더했다. 올 12월에는 한희원과 최성모도 군 전역이 예정돼있다. 다만 발목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하는 허훈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과제다.
서울 SK도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다.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의 계속된 부상에 8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올해는 기대해봐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희철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고려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전 감독은 데뷔 첫 공식전인 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보여줬다. 우승 직후 전 감독은 “모의고사를 잘 치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선수층도 탄탄하다. 최준용이 십자 인대 부상을 털고 돌아왔고 김선형, 안영준, 자밀 워니 등도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짜임새 있는 라인업이 조성됐다는 의견이다. 팀의 유일한 약점이던 슈터 자리에는 오리온의 프랜차이즈 허일영이 FA로 합류했다. 지난 시즌 LG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이원대는 앞선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카드로 최성원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도 우승권 전력으로 꼽힌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송교창과 검증된 자원 라건아를 붙잡으며 전력 누수가 거의 없었다. 국가대표 출신 슈터 전준범 영입으로 공격력 강화까지 이뤄졌다는 평이다.
선수 보강에 힘을 쓴 LG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 시즌에 창단 첫 최하위 수모를 겪은 LG는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받아온 이관희와 6억원에 재계약을 맺었고, 이재도를 7억원에 영입하면서 리그 최고의 앞선을 구성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김시래 트레이드의 후속 딜로 삼성에서 빅맨 김준일을 데려왔다. 슈터 자리에는 SK와 트레이드를 통해 변기훈을 영입했다. 다만 주측 선수들이 대거 바뀐 만큼 조직력 강화라는 숙제를 안았다.
◆ 얼룩진 KBL, 재기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에 KBL은 잇따른 음주 사건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 정규리그 도중에는 고양 오리온의 스태프들이 홈경기를 마치고 고양체육관 내 사무실에서 음주 회식을 해 빈축을 샀다. 기승호는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인 도중 선수단 회식 도중 술에 취해 후배를 폭행하면서 KBL로부터 제명 조치를 당했다. 삼성의 김진영은 음주운전을 하다 앞서가던 차를 들이받고 이어 신호 대기 중인 또 다른 차량을 추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은페한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KBL과 소속 구단으로부터 각각 27경기, 54경기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다.
잇따른 악재에 프로농구의 인기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프로농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성기를 맞았던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스타 플레이어의 실종, 성적만 바라보는 구단 이기주의,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부재 등 여러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겨울 스포츠의 라이벌인 프로배구에게 이미 주도권을 넘겨준 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프로농구의 베테랑 감독인 전창진 KCC 감독과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목소리를 냈다. 프로농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전 감독은 “KBL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삼위일체가 돼야한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KBL과 구단은 자신들의 이익보다 팬들을 위해 프로농구의 발전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현장에서는 지도하는 감독의 입장에선 선수들이 기술적인 농구를 할 수 있게 잘 지도해야 한다. 경기 외적인 부분이지만 팬들과 소통 역시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지난 7월 김희옥 총재가 제 10대 총재로 부임하면서 변환점을 맞이한 KBL이다. 김 총재는 지난 8월 3년 로드맵을 공개하며 첫 시즌에는 '회복'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과연 KBL이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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