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GIGDC 2021 대학부 은상을 받은 마일스톤 게임즈의 ‘Color Lim(컬러 림)’은 색과 색상의 혼합을 이용한 플랫포머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작품은 색이 없는 슬라임이 위험에 처한 세상을 모험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참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마일스톤은 기획과 아트를 담당한 김희준(21) 팀장과 프로그래밍을 맡은 송혜은(22) 팀원 등 2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두 사람은 함께 게임을 만든 동지이자 캠퍼스 커플이기도 하다. 둘은 지난 6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으로 개발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더욱 열심히 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희준 : 안녕하세요. 저는 마일스톤에서 기획과 그래픽을 맡고 있으며, 공주대 게임디자인학과 3학년 재학 중인 김희준입니다. 저희는 이정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마일스톤’처럼 인디게임 시장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자는 포부를 가지고 팀 이름을 마일스톤 게임즈로 지었습니다.
송혜은 : 저는 프로그래밍을 맡은 송혜은입니다. 저도 희준이와 같이 공주대 게임디자인학과를 다니다가 지난해 졸업했습니다. 컬러 림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인데 개발 시간이 조금 걸려서 작업물이 나오게 됐네요.
두 분은 그럼 학교에서 처음 만나셨나요? 팀을 구성한 계기가 궁금해요.
송혜은 : 맞아요. 학교에서 희준이를 처음 만났죠. 얘기하다 보니 잘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게임도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컬러 림은 취미 삼아 가볍게 제작하려고 했던 게임이에요. 그런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고 평가도 나쁘지 않아서 정식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게 됐죠. 아, 그리고 저희는 팀원이면서 동시에 커플이기도 해요(웃음).
일과 사랑을 모두 잡으셨다니 보기 좋네요. 그렇다면 개발자의 눈으로 서로를 평가해보면요?
김희준 : 저희가 사귀고 있는 것을 아셨으니 호칭도 편하게 말할게요(웃음). 저 스스로 게임 제작 실력은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컬러 림을 만들 때도 모르는 부분을 하나하나 배워야 했죠. 반면 혜은이 누나는 실력이 출중해요. 프로그래밍을 맡으면서도 기획과 아트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줬죠.
송혜은 : 희준이는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한 친구예요. 저는 조금 덜렁대는 성격이기에 중간중간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희준이가 이런 걸 굉장히 잘 커버하는 편이에요. 특히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관리도 매우 중요하잖아요? 이런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커버했죠. 디자인에도 재능이 있어요. 컬러 림은 픽셀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임인데, 희준이는 이런 형태 아트를 만든 것이 처음이었어요. 걱정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는 알아서 예쁜 그래픽을 만들어줘서 고마웠죠.
GIGDC 대학부 은상을 수상했어요. 소감을 들려주세요.
김희준 : 출품 이후 좋은 게임들이 많이 보여서 저희는 수상 생각도 못 했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개발을 하는 도중에 아는 지인 분한테 저희 수상 소식을 듣게 돼 정말 놀랐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고 더욱 열심히 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송혜은 : 희준이 말대로 대학 부문에 괜찮은 게임이 많아서 기대하지 않았죠. 발표 당일 평소와 같이 작업을 하는 도중 개발 동료들 모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저희를 말한 건지 몰랐어요.
컬러 림은 어떤 게임인가요?
김희준 : 컬러림은 색과 색상의 혼합을 이용한 플랫포머((발판이 등장하는 액션 장르)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색이 전부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색이 없는 슬라임이 위험에 처한 세상을 모험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는 색상을 혼합하고 변경하면서 진행이 되며 제한된 자원으로 정해진 구역까지 플레이어의 능력과 주변 환경을 활용해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송혜은 : 주인공을 슬라임으로 한 것도 이유가 있어요. 슬라임은 젤리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잖아요? 만약 슬라임의 몸속에서 색깔이 섞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캐릭터를 귀엽게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썼죠.
컬러 림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송혜은 : 제가 이전에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는데요. 날씨가 좋았던 날이 있었어요. 당시 다양한 색상이 눈에 보였는데, 정말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경험과 분위기를 게임에 녹여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색상을 이용한 게임들을 조사해보았는데 색깔의 혼합을 이용한 게임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색의 혼합을 바탕으로 게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컬러 림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김희준 : 게임을 통해 색상을 타이밍에 알맞게 변경하고 주변 환경에 맞게 플레이어의 능력을 활용해, 플레이어마다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풀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효과를 이용한 분위기 있는 도트 그래픽도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송혜은 : 추가로 이 게임은 생각보다 조작도 중요한데요. 슬라임이 멀리 뛸 수 있기에 대시거리가 생각보다 길어요. 타이밍에 맞춰서 뛰는 게 중요해요. 섬세함이 필요한 조작으로 도전욕을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콘셉트가 확실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분명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희준 : 색상의 혼합을 이용한 퍼즐 요소를 플랫포머에 적용해 제작하다 보니 어느 부분에 집중할지 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프로젝트를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도 똑같은 고난이 오면 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컬러 림을 붙잡아 밤새워가면서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김희준 : 맞아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 게임은 처음에 취미 삼아 만든 작품이에요. 그러다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겨울 캠프 기간에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죠. 주변에서 콘셉트가 참신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의욕도 생겼지만, 막상 아이디어는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분명 제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히는 부분이 많아 포기하려고도 했어요.
송혜은 : 그래서 잠시 컬러 림 대신 다른 게임을 만들었는데 결국 비슷한 상황이 오더라고요. 당시 희준이와 저는 ‘어렵다고 계속 피하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만 반복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마음을 다시 잡고 컬러 림 개발에 매진했죠. 항상 창작 과정에서 고비의 순간을 와요. 이걸 넘는다면 한 단계 성장하겠지만, 매번 회피한다면 비슷한 상황만 반복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좋은 교훈을 얻으셨네요. 두 분이 어떻게 개발자를 꿈꾸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송혜은 :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결국 게임 관련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이전부터 저만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담긴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1학년 때는 기획자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여러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내용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김희준 : 저도 비슷해요. 예전부터 많은 사람한테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그중 게임이 가장 다양한 계층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을 전공한 후에는 저만의 게임을 제작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개발하고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원래는 기획과 프로그래밍, 아트를 모두 혼자하는 1인 개발자가 꿈이었는데요. 막상 해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에 픽셀 아트를 하면서 생각보다 재밌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향후 마일스톤이 기획 중인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김희준 : 글쎄요. 가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편이라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이 참 많은데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매력 있는 게임, 시간이 없어 중간에 껐을 때 다시 켜서 하고 싶을 만큼 계속 생각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울러 게임 안의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매력적이라 플레이어들이 꾸준히 언급해주는 게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송혜은 : 저도 희준이와 비슷해요.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아무래도 제가 스토리를 중시하다 보니 세계관이 탄탄한 작품이 되겠네요. 그리고 추가적으로는 후속작 출시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면 좋겠습니다. 아,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제가 디펜스 장르 게임을 좋아해서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