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75%로 동결한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다음달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로 전망하고,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금통위는 박기영 신임 금통위원이 합류해 7인의 금통위원 체제로 개최됐다.
이주열 총재 ‘점진적’→‘적절히’ 통화정책 운용… 11월 인상 ‘가닥’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발표하면서 임지원, 서영경 금통위원이 0.25%p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공개했다. 이 총재는 “내년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종합하면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했지만,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면서 “실질 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 지표로 본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기준금리를 2020년 3월에 0.5%p, 5월에 0.25%p를 내리는 ‘빅컷’를 단행, 0.5%라는 유래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연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본격적인 시작과 글로벌 경제 시장의 회복세가 유지됨에 따라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약 1년3개월만에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조치를 진행했다. 당시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점진적 조정’이라는 의미에 대해 ‘서두르진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뜻’이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점진적’ 대신 ‘적절히’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오는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국내 경제성장률 4% 예상…“소비자물가 2%대 지속, 인플레이션 고려해야”
기준금리 동결 이후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4%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8월 예측한 경제성장률 수준과 대체로 부합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평가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 따르면 수출과 설비투자는 글로벌 교역 증가, IT 수요 호조 등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9월중 수출은 558억3000만달러(통관기준)로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했다. 일평균으로는 27.9% 늘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데이터를 보면 소비가 7~8월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9월 상당폭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정책 전환이 이뤄지면 소비회복세는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상 국내 방역정책, 글로벌 공급차질의 전개양상 등이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됐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감염병 확산세 둔화, 국내외 방역조치 완화 등은 상방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글로벌 공급차질 회복 지연 등은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이외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5% 상승하면서 2%대 중반 수준을 지속했다.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석유류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식물가 및 가공식품가격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유가는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장에서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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