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도 벗지 못한 학생의 죽음, 반복되는 이유는

교복도 벗지 못한 학생의 죽음, 반복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1-10-12 16:24:36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직업계고등학교 학생이 또다시 현장실습 중 숨졌다. 지난 2017년 고(故) 이민호군 사망 이후 제도 개선이 약속됐으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남 여수와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고 홍정운(19)군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홍군은 지난 6일 여수의 한 레저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했다. 요트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중 7m 아래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올라오지 못했다. 

현장실습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빠른 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다. 졸업 전, 업체에서 업무를 배우고 실습하는 형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들 대다수는 교육 없이 현장에 던져졌다. 잡초 제거, 창고 정리 등 단순 반복 업무만 주어지는 일이 허다했다. 안전도 확보되지 않았다. 교육부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현장실습생은 골절·추락·협착 등 53건의 사고를 당했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개선은 요원했다. 홍군의 현장실습 협약서에는 잠수 작업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수 작업은 위험 업무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시킬 수 없다. 홍군은 만 17세다. 수중 작업 시 필수 조건인 2인1조 작업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 수면안전관리관도 없었다. 더군다나 홍군은 잠수 자격증도 없는 상태였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홍군의 친구들은 “정운이는 깊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학습형 현장실습’이 강조됐지만 학습은 이뤄지기 힘들다. 홍군이 취업한 업체는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사실상 1인 기업으로 전해졌다. 홍군은 홀로 요트를 몰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제도에서는 5인 미만의 영세한 업체라도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참여기업’으로 선정, 학생을 현장실습 보낼 수 있다.
 
현장실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리·감독할 인력도 부족한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취업지원관 및 취업전담교사는 학교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산 직업계고는 36곳이지만 취업전담교사·취업지원관은 18명에 불과했다. 전북과 전남의 직업계고는 각각 28곳과 44곳이다. 전북·전남을 담당하는 취업전담교사·취업지원관은 각각 25명과 37명에 그쳤다. 

고 홍정운군의 친구들이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홍군을 추모했다. 이소연 기자

현장실습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2017년 이군이 제주의 생수업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해에는 고 홍수연양이 콜센터 업무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세상을 등졌다. 2016년에는 고 김동균군이, 2015년에는 고 김동준군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직업교육 정책 개선을 촉구 중인 ‘경주 S공고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교육부의 현장실습 정책은 잠수에 대한 어떤 기술도 겸비하지 못한 직업계고 학생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반복되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죽음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 사퇴 △현장실습제도 폐지 등을 촉구했다.

교육부와 전남교육청은 ‘여수 고교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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