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동아시아권역 울산 현대와 4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했다.
후반 7분 윤일록에게 실점한 이후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그랜트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승부차기에서 키커 전원이 슈팅을 성공했다.4강 단판전에서 승리한 포항은 서아시아권역 4강전에서 알 나스르를 꺾은 알 힐랄과 다음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12년 만에 결승에 오른 포항은 준우승 상금인 200만 달러(약 23억5100만원)를 확보했다.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47억200만원)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하루 만에 울산이 힘들어 하는 부분에 관해 전술적 변화를 줬는데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적응해줬다”며 “한국을 대표해 결승 무대에 임하는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잘했지만 세밀함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 좋은 장면이 나와도 실수로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들이 있다. 세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이 이번 대회에서 결승 진출할 거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선수 대부분이 이적을 했다. 특히 시즌 중반에는 송민규가 전북으로 떠났고, 주전 골키퍼 강현무가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목표를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편이다. 우리 선수 구성을 봤을 때 16강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토너먼트에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결승전까지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포항의 헝그리 정신에 대해선 “내가 크게 하는 것은 없다. 고참급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가고 나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본다”라며 “포항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역사와 문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후배들에게 인지시키며 잘 이끌어가고 있고 팀 분위기가 단단해진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포항은 지난해 9월 FA컵 4강에서도 울산과 승부차기를 치른 바 있다. 당시에는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졌다.김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승부차기로 진 기억도 있고, 여러모로 승부차기 연습을 했었다”며 “작년에 졌기 때문에 올해는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골키퍼 이준에게는 편하게 하라는 말 정도만 했다”고 웃었다.
선수로 2009년 아시아 정상에 섰었던 김기동 감독은 이번에는 감독의 신분으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김 감독은 “선수로서 아시아에서 우승한 것도 영광스러웠지만 감독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결승에 간 것이 더 복받치고 기쁘다”라며 “어깨가 무겁다. 한국축구를 대표해서 가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아시아에 알리고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팬이라는 단어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가족은 항상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의 편이 되어준다. 그런 부분에 있어 항상 감사드린다. 오늘 승리도 팬들의 응원이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멋진 포항만의 축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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