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CNBC은 20일(현지시간) 코인메트릭스를 인용해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한때 6만6900달러 선을 넘기면서 반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중순 기록한 종전 최고가격은 6만4899달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제도권 승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비트코인 ETF 거래를 시작했다.
빗썸 관계자는 “선물 ETF로 법인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할 기회가 생겼다. 기관투자자의 진입은 그만큼의 높은 매수세를 의미한다”면서 “비트코인은 생산량이 정해진 디플레이션 화폐인 만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호재다”라고 말했다.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는 “제도권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처럼 전통 금융권에 보관돼 있는 약 500조 달러의 자산이 비트코인으로 옮겨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접근성이 확대됐다는 것도 호재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도 비싸서 대중화가 어려웠다”면서 “11월에 탭 루트(Taproot)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고 라이트닝 네트워크 활용성 증가 등 시스템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탭 루트는 익명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000만원을 돌파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2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1.11% 오른 8000만2000원에 거래됐다. 빗썸에서는 같은 시각 1.42% 내린 7975만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석문 이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선물 ETF를 추가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테슬라나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셰어에 이어 반에크, 발키리 등 다른 자산운용사 4곳이 비트코인 선물 ETF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선물 ETF 판매가 현물 ETF 승인으로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물거래는 돈을 주면 물건을 바로 받는 것을 말한다. 선물거래는 돈을 먼저 주고 물건을 나중에 받는 거래 방식이다.
빗썸 관계자는 “시장 관계자들은 단계적으로 현물 ETF도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있는 상태”라면서 “현물 ETF는 운용사가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ETF를 운용하게 되는 형식이다. 현물 판매가 되면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이사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비트코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위원장이 관두거나 코인 베이스가 SEC에 등록을 마쳐야 현물 ETF가 판매될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승인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ETF는 여전히 변동성과 투기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외 위험 변수로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꼽았다. 정 이사는 “게이 겐슬러는 비트코인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번 비트코인 ETF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리를 받고 있어 이 가격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해 승인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승인이 어렵다는 스탠스다”라고 말했다.
국내 변수로는 과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단호한 입장이다”면서 “이로 인해 올해 말까지 올랐다가 과세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팔면서 대폭락이 오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통과된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도 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연 250만원 이상일 경우 기타소득으로 20%의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상승세 따른 맹목적인 투자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코빗 관계자는 “불장이라고 맹목적으로 투자를 하기보다는 월급의 약 5%만 투자하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자산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 보다는 적립식 장기투자를 추천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의 몇 퍼센트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권유한다”면서 “비트코인의 경우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금리 상승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암호화폐의 볼륨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비트코인 ETF를 통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와 시중 유동성과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