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GIGDC 2021 기획부문 대학부 동상을 수상한 힘세고 강한 아침의 ‘두억신의 미궁’은 소위 ‘나폴리탄 이야기’로 잘 알려진 ‘규칙괴담’이 들어간 호러게임이다. 여기에 추리를 통해 상대방과 경쟁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도 지원한다. 이 게임은 오디오북과 게임북이 결합된 형태로 시각 장애인도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다.
힘세고 강한 아침의 박수인(24) 팀장은 보건대학에 재학 중이며 작업 치료사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 팀장은 “결과물을 제출한 뒤 고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장애인 이용자도 어려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힘세고 강한 아침입니다. 팀 이름은 중의적인 의미로 지었습니다. 하나는 ‘마이트 앤 매직 6’의 발번역 밈(Meme)인 ‘왈도체’을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주로 밤에 게임을 하는데 워낙 컨트롤이 좋지 않아 약해서 ‘아침이라도 힘세고 강한 인간이 되자’라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이번에 GIGDC 기획부문 대학부 동상을 수상했어요. 소감을 들려주세요
사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제출하고 나니 고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웠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당시 정말로 기뻤어요.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다가 떨어져서 무릎을 다치기도 했습니다(웃음). 사실 생각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는데요. 제가 시나리오 책과 작법서를 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두억신의 미궁’은 무슨 게임인가요?
이 작품은 규칙괴담이 들어간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입니다. 여기에 추리·호러·경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우선 각각의 플레이어는 즉사 규칙과 안전 각각 6개의 규칙을 받고, 탈출하기 위한 힌트 12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6개의 즉사 규칙은 하나씩 찾아가야 하죠. 처음에는 솔로 플레이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는데, 멀티 플레이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로 플레이는 규칙을 고정했습니다. 반면 멀티는 이러한 요소가 랜덤으로 나오죠.
제목을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인 두억신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억시니는 한국 요괴이자 반신적인 존재, 일반적으로는 사납고 못된 존재를 의미하는데요. 정신질환을 관장하는 악귀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게임을 기획하면서 미궁을 돌아다니는 크리처를 찾고 있었는데, 한국설화 속 두억시니의 존재가 적합할 것 같아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게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장시간 게임을 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게이머의 피로도라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생기는 눈의 피로도, 캐릭터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특정 콘텐츠를 매일 숙제처럼 빼먹지 않고 할 때 생기는 정신적 피로도 등이 있겠죠. 두 번째는 선천적인 장벽이죠. 손이 굳어 빠르게 조작하는 게 불편한 사람과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게임을 제대로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기까지는 굉장한 노력이나 도움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과 수업에서 배운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이 같은 장벽을 허무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편적 디자인을 의미하는데요. 특정 도구나 물건을 사용할 때 성별이나 나이, 장애 등에 구애받지 않고 넓은 계층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시각장애인이 오디오북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의 한 예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두억신의 미궁’이 갖고 있는 재미, 매력은 무엇이 될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아무래도 규칙괴담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 같아요. 다른 규칙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면 죽지는 않을 수 있죠. 다만 죽음의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면 과감하게 행동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우승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전부터 규칙괴담이 담긴 공포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사실 규칙괴담은 현재 공포 유튜버에게는 많이 사용된 단골 소재인데요. 유독 게임에서는 많이 쓰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생소한 소재를 게임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기획단계에서 구상한 작품을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하려고 생각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우선 유니티로 mp3플레이어를 구현하려 합니다. 이어폰의 음악 이동, 버튼 화면의 선택지 누름, 선택지의 방향 등을 터치 슬라이드로 선택하면 그에 맞는 텍스트와 배경, TTS(음성합성 시스템) 조합이 출력되도록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게임을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 게임에는 인간, 원혼, 아귀 두억신 등 4개의 단계가 있어요. 인간을 디폴트로 잡고 체력이 바닥나면 원혼이 되는데요. 쉽게 말해 게임오버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정신력을 모두 소모되면 아귀가 되고요. 인간성이 바닥이 되면 두억신이 됩니다. 다만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서 플레이해보니 인간성이 0이 되어야 할 수 있는 두억신이 너무 세서 밸런스가 깨지는 상태가 됐습니다. 결국에는 인간성을 모두 소진해 두억신이 되는 것이 승리 플랜으로 굳어버리더라고요.
이 게임의 캐치프라이즈가 ‘인간성을 버리면서까지 살고 싶나요?’인데 인간성을 버리도록 유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결국에는 ‘원혼’의 플레이어가 두억신을 즉사시킬 수 있게 해서 겨우 밸런스를 조절했습니다.
그렇다면 두억신의 미궁은 언제쯤 정식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현재 작업치료사 면허증을 따기 위해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에요. 일단은 시험 준비가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 다만 국가고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려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꼭 출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작업치료사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발달과정에서 장애를 입은 환자에게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에요. 지금도 많은 작업치료사 선배들께서 병원에서 많이 근무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게임세계에서 장애인을 고려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장애인 이용자도 일반인들과 동등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돕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을 줄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소위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게임에 몰입해서 현실을 등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사회가 게임을 억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부정 대신 긍정적인 요소가 담겨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 구체적으로 기획중인 작품도 있어요. 히어로물과 육성 RPG를 뒤튼 안티 플롯이라고 설명 할 수 있는데요. 히어로 일을 하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이 모인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일화를 그린 게임입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상이군인의 이야기와 비슷하겠네요. 제 전공적 지식을 살려서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