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못하면 성공 아냐”… 대전을 바꾼 ‘일본인’ 마사

“승격 못하면 성공 아냐”… 대전을 바꾼 ‘일본인’ 마사

기사승인 2021-10-25 18:02:02
지난 10일 안산 그리너스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환호하는 마사.   프로축구연맹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이시다 마사토시(등록명 마사)가 대전하나시티즌을 바꿨다.

시민구단이던 대전은 지난해 1월 하나금융그룹을 모기업으로 삼아 기업구단으로 전환해 재창단했다. 1부리그 중위권 이상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팀을 운영했고, 1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경남 FC에 패배하며 승격이 좌절됐다. 시즌 중반에는 황선홍 전 감독이 프런트와 마찰을 빚으면서 자진 사퇴하는 등 경기장 안팎으로 잡음이 있었다.

올해도 승격을 목표로 한 대전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시즌 전에 이민성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고, 1부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럼에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7월까지 2부리그 10개 팀 중 5위에 그치면서 올해도 승격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8월을 기점으로 대전은 차근차근 승점을 쌓더니 어느덧 3위까지 올라섰다. 멀어보이던 승격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의 돌풍 중심에는 일본인 선수 마사가 서있다.

안산 그리너스에서 K리그 생활을 시작한 마사는 지난해 수원 FC에서 10골 4도움으로 활약하며 소속팀의 승격에 일조했다. 활약을 인정받은 마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1부리그인 강원 FC로 이적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했고, 지난 6월 대전으로 임대 이적했다. 단 6개월 만에 다시 2부리그로 돌아왔다.

대전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이적 직후 부상으로 약 한 달 가까이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6경기를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적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마사였다.

10월부터 마사는 180도 달라졌다. 팀 적응을 끝낸 그는 지난 10일 안산 그리너스와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마사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은 승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얻었다.

경기 종료 후 마사의 인터뷰는 대전의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보다 화제가 됐다. 마사는 이날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나는 실패한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오늘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라며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라고 말했다. 어눌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인터뷰는 대전의 선수단과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23일 리그 2위 안양 FC에 승리를 거둔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대전 선수단.   프로축구연맹
마사의 발언 이후 대전은 ‘원 팀’이 됐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 지난 16일 충남 아산을 상대로 난타전 끝에 4대 3 역전승을 올렸고, 23일에는 2위 안양 FC와 맞대결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안양까지 잡아낸 대전은 리그 2위 안양과 승점을 1점차로 좁혔다.

마사는 난적 안양을 상대로 멀티골을 올렸다. 최근 4경기에서 7골을 몰아넣는 등 물이 오른 모습이다. 마사가 득점을 올린 최근 3경기에서 대전은 모두 승리했다. 

이 감독은 최근 활약상에 대해 “(마사의 발언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 선수들이 정신력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시 뭉치는 힘이 생긴 것 같다”라며 고평가했다. 

대전은 안양전 승리로 승강 플레이오프 최종전 직행 기회를 잡았다.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전이 승리하고, 안양이 이기지 못하면 역전할 수 있다. 다득점 부분에서도 대전이 안양에 비해 유리하다. 현재 대전은 다득점 부분에서 53골을 기록해 47골을 넣은 안양에 크게 앞서 있다. 대전이 비기고 안양이 패배한다면 다득점 원칙으로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마사와 대전은 승격만 바라보고 있다. 마사는 안양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승격을 하지 않으면 성공이란 말을 꺼낼 수 없을 것 같다”라며 “기세만으로는 허무하게 질 수 있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논리적으로 상대를 분석하고 남은 시합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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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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