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지킨다’ 셀프 디펜스 배워봤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나는 내가 지킨다’ 셀프 디펜스 배워봤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기사승인 2021-11-04 06:05:01

상반신에 들어오는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큰길로 돌아가면 10분 더 걸리는데….’ 고민 끝에 지름길로 들어섭니다. 희미한 불빛이 전부인 골목. 괜히 몇 번씩 뒤를 돌아봅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급하게 휴대전화를 듭니다. “나 무서워서 그러는데 집 갈 때까지만 전화 좀” 친구와 전화를 하며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어두운 밤길 밀려오는 공포에 걸음을 재촉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최우선의 방법은 자기보호입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 대상 지원 사업으로 ‘셀프 디펜스 수업(자기방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지원 사업은 현재 서울시 26개 구에서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 시민이라면 성별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자치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자치구 주민이라면 우선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됩니다. 

비대면 셀프 디펜스 수업, 어떨까요. 지난 2일 오후 6시 양천구 가족센터가 준비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이틀 동안 2시간씩 수업을 듣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날에는 ‘소프트 솔루션’, 즉 간단한 방어 동작을, 둘째 날에는 ‘하드 솔루션’으로 보다 위험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심화 동작을 실습합니다.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와 정건 강사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강생 10명도 함께했습니다.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 최하란 강사가 비대면 ‘셀프 디펜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먼저 이론 수업입니다. 셀프 디펜스 의미와 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동작을 PPT 자료로 먼저 익히는 시간입니다. 셀프 디펜스에는 자기방어나 호신술에 없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는 부당한 침해에 맞서 적법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셀프 디펜스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이론 수업 뒤 실습이 이어졌습니다. 카메라를 켜고, 화면 속 강사가 알려주는 동작을 직접 따라 해봤습니다. 몸자세, 손짓, ‘언어 테크닉’. 경계 설정을 위한 3가지입니다. 경계 설정은 원하지 않는 접촉을 차단하고,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본자세부터 잡아봤습니다. 두 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섭니다. 양손은 언제든 앞으로 올릴 수 있도록 배꼽 위치에 올려둡니다. 그 뒤에는 양팔로 얼굴, 목, 가슴 쪽을 지킬 수 있도록 ‘가드’(두 팔을 가슴 앞으로 모은 뒤 주먹을 쥔 자세)를 올립니다. 시범에 따라 다른 참가자도 열심히 자세를 취했습니다. “팔을 더 올려야 합니다”, “스텝 할 때는 가드를 동시에 올려야 합니다”. 강사의 꼼꼼한 자세 교정도 이어졌습니다. 

자세를 취한 뒤에는 언어 테크닉을 배웁니다. 자신의 의사를 상대에게 단호하게 말하는 겁니다. “진정하세요” 혹은 “그만해”라고 정확하게 말해봅니다. 누구나 갑작스러운 폭력 앞에서는 생각이 멈추고, 몸이 굳게 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손 혹은 팔목을 잡혀 제압당하는 상황에서 두 팔을 빼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이번엔 스텝을 활용해 상대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앞뒤로 다리를 벌립니다. 앞으로 이동할 때는 앞다리를 먼저 움직이고, 뒤로 이동할 때는 뒤에 있는 다리를 먼저 옮깁니다. 펜싱 자세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이렇게 움직여야 스텝이 꼬여 넘어지거나 다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얼굴을 향한 공격이나 팔목을 잡혀 제압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가드 자세에서 들어오는 공격 방향으로 팔을 뻗습니다. 가드 자세와 팔을 뻗는 동작이 빠르게 이어져야 정확하게 들어오는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손이나 팔목을 잡는 행위는 잡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손을 돌려 가볍게 풉니다. 다시 잡는 행위가 반복되기 전에 스텝을 이용해 상대를 피합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뒤에서 안는 자세로 공격이 들어올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힘이 강한 상대방을 마주했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효과적인가” 등 수강생이 질문하고 강사가 답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셀프 디펜스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9년 성폭력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당시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은 “당시에는 성폭력인지 몰라서”,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공포에 몸이 굳어서” 순이었습니다. 

서투를지 몰라도 한 번 배운 사람은 실제 상황 대처에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꼭 대면이 아니더라도 혼자 동작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셀프 디펜스, 여러분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yuniejung@kukinews.com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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