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면서 당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는 캠프의 전면 재편을 요구하고 있지만 윤 후보는 캠프 핵심인 4선의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캠프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캠프 관계자는 ‘대선은 선대위 임명장을 수백만장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라며 ‘대선을 치러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고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선 컨셉을 조직선거로 잡고 수백만장 임명장 뿌리겠다는 발상을 이제 대놓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그냥 할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들 하겠다는 건지 보겠습니다”라며 김 전 비대위원장 합류를 재차 압박했다.
현재 윤석열 경선후보 캠프 내부는 김 전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하이에나, 파리떼 발언에 격앙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윤 후보 주변의) 하이에나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파리떼를 언급했다”며 “(윤 후보는) 전현직 당대표가 어느 지점에서 우려를 가졌는지 잘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 입당 직후인 지난 8월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9월에 “파리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맨 것이 윤 전 총장의 현주소”라고 쓴소리를 했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경선 내내 윤 후보 입당에서부터 지금까지 비토발언만 해 왔다”며 “후보 B중심으로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지. 자리 안준다고 난리를 친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후보 경선캠프 들어오지도 않고 선거 끝나니까 마치 무슨 개선장군인양...정권교체 앞두고 지금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앞서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지 묻는 말에는 “아직은 내가 제의받은 적이 없고, 윤 후보로부터도 아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아니 어제는 수락했다. 오늘은 제의 못 받았다. 후보가 소수에게 안 맡기겠다고 했는데도 달라고 언론플레이하고 돌아다니니 당에서 당연히 안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주말새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와 만나 저녁을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의 주말 회동을 두고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김 교수에게 중앙선대위 합류를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출신인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비문 인사로 꼽힌다. 김 교수가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경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후보는 당 최고위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조직, 인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당 원로나 중진들과 협의하는 채널로서 권 의원을 발령 낸 것”이라며 “당 관계자의 의견을 많이 청취해 그분들과 함께 선대위 그림을 그려나가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는 제게 선대위 구성 준비의 가교 역할을 부탁했다”며 “윤 후보의 생각은 대선은 당이 중심이 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선대위 구성은 대선 승리를 목표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