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리웠어요. 선수들을 앞에서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가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A조 아랍에미리트(UAE)와 5차전을 벌였다.
이날 경기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관중 100%를 받는 첫 A매치다. 국내 A매치 100% 관중 입장은 2019년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이후 약 2년 만이다. 대표팀은 그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에서도 만원 관중의 응원을 받지 못한 채 A매치를 치러야했다. 지난 6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 예선 때는 4000명 안팎만 입장이 가능했다.
손흥민과 김민재 등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팬들의 목소리와 응원이 그리웠다. 하루 빨리 경기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중요한 경기기 때문에 꼭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경기에서 유효 좌석 약 3만5000석을 전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고 2주가 지났거나, 48시간 이내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음성 확인을 받운 관중만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모처럼 풀린 제한 조치에 축구 팬들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대한축구협회 집계로는 이날 정오까지만 2만8000여장이 예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만에 대표팀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축구장으로 집결했다. 최종적으로는 만원 관중에 가까운 3만15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근처는 인산인해였다. 인근 도로는 마비가 될 정도였다. 추운 날씨에 기온이 5℃까지 떨어졌지만, 팬들의 발걸음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따뜻한 옷으로 중무장을 한 팬들이 모여들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미리 관중석에 앉으려는 팬들로 가득찼다. 태극기와 붉은 악마 머리띠 등 각종 응원 도구를 판매하는 상인들까지 진을 이루며 활기를 띠었다.
관중들은 게이트 입장 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나 음성 확인서 등을 스태프들에게 확인을 받은 뒤에야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입장이 허용된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관중 행렬은 경기 시작 후에도 이어졌다.
경기도 이천에서 경기를 관람하려 왔다는 박형식(32)씨는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연차를 내고 동생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정말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를 보게 됐다. 정말 보고 싶었다”라며 “오랜만에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선 만큼 꼭 이겨줬으면 한다”고 들뜬 마음을 표했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현미(43)씨는 “입장 과정이 복잡해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있어 아이들이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우려가 된다”라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본다. 재밌게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정재민(11)군은 “손흥민 선수가 골 넣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중들의 열기도 엄청났다. 이날 경기는 육성 응원이 금지됐지만, 팬들의 응원이 조금씩 들려왔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때 마다 환호를 지르고, 아쉬운 장면이 연출되면 탄성을 내뱉기도 했다. UAE 선수들이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를 하면 야유를 쏟았다. 전반 33분에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올리자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고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