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명칭 변경되나… 이재명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꿀 것”

산부인과 명칭 변경되나… 이재명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꿀 것”

소아과→소아청소년과, 비뇨기과→비뇨의학과로 변경한 사례 있어

기사승인 2021-11-24 05:00: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산부인과를 ‘여성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부인과는 부인만 치료?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꿔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글을 남기며 “미혼여성에서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임신, 출산 등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큰 탓”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실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여성 80% 이상이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보다 꺼려진다고 응답했다”며 “의료법을 개정해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시대의 잔재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는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성 청소년과 미혼 여성을 병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DB

산부인과의 명칭을 변경해달라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지속됐다. 지난 2012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학과’로 명칭변경을 추진한 바 있지만, 보건복지부 승인과 의료법 개정 문턱 등을 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진료과목명을 변경하려면 대한의학회,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고 의료법 등 관련법도 손질해야 한다. 

2012년 학회가 산부인과 전문의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명칭변경에 찬성했다. 이 가운데 68%는 ‘여성의학과’, 나머지는 ‘여성건강의학과’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를 찾는 인원이 점차 감소하고 있고, 명칭 자체도 일본의 잔재라는 인식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여성 청소년, 미혼 여성 등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 건강권’이 중요하다.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바꾸면서 환자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접근성을 좋게 하는 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도 산부인과 명칭을 변경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7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 산부인과 명칭으로 인해 미혼여성과 청소년이 방문을 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시행하고 있는 ‘건강 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 현황을 보면 매년 40% 이상의 여성 청소년이 산부인과가 아닌 소아청소년과에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과 건강상담을 받고 있다. 산부인과에서 해당 서비스를 받는 여성은 2018년 5.8%, 2019년 4.4%에 그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2019년 11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꿔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4만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 내용에 따르면, 나이·성관계 여부·결혼과 출생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 건강상담과 진료가 필요한데, 산부인과라는 시대착오적 이름 때문에 대부분 여성이 진료를 꺼린다고 문제 제기했다. 

최혜영 의원은 “산부인과에서 임신과 출산 관련 진료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성장기부터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생리통, 생리불순, 질염, 폐경 관련 질환 치료 등 생애주기에 맞는 적정 진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라면서 “그러나 출산(出産)과 부인과(婦人科) 질환을 의미하는 산부인과(産婦人科) 명칭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산부인과를 임산부와 기혼여성만을 위한 곳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해 여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전문 의료기관에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의 명칭변경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지난 2017년 남성을 연상시키는 ‘비뇨기’가 아닌 비뇨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자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 바뀌었고, 2011년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2007년에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개명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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