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은 LoL 챔피언 ‘바이’와 ‘징크스’를 중심으로 ‘필트오버’와 ‘자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심도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LoL을 정말로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아케인은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었는데요. 다만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청자의 경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게임기자가 바라본 아케인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11개의 질문에 답해봤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케인', 어떻게 보셨나요?
우선 정말로 재밌게 작품을 봤어요. 게임 속에서 보던 캐릭터의 서사가 깊은 호흡으로 다뤄진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2019년 라이엇게임즈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순간부터 많은 기대를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게임 속 캐릭터의 특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케인'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를 뽑자면 게임 내 캐릭터의 서사구조를 내밀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내 월메이드 시리즈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라이엇게임즈는 그동안 10~15분 내외의 시네마틱 영상을 꾸준히 제작했는데요. 작품의 퀄리티는 좋았지만, 짧은 영상을 위주로 만들어온 라이엇게임즈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어요. 향후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실체화한 것이 ‘아케인’의 최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오늘 받은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아케인을 봤거든요. 그래도 한 번 뽑아본다면, ‘바이’나 ‘징크스’ 외의 인물을 설명하는 서사는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LoL을 해본 시청자들은 다소 스토리에 축약이 있어도 게임 캐릭터의 행보를 알기에 대부분을 유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필트오버’ 의회의 의원 중 ‘멜 메다르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멜의 어머니 ‘암베사’는 녹서스 출신의 장군이고, 그는 멜에게 강력한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죠. LoL 내에 등장하는 녹서스는 군사력을 앞세운 팽창주의를 중시하는 국가에요. 이러한 소소한 디테일을 모른다면 작품을 100%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극 중 주요 인물인 ‘바이’, ‘징크스’ 외에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아케인의 주인공 격인 바이와 징크스 자매 외에도 ‘케이틀린’, ‘제이스’, ‘빅토르’, ‘하이머딩거’ 등 1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게임에 등장하는 챔피언입니다. 또한 2부부터 본격적으로 ‘신지드’, ‘에코’가 등장합니다. 이들도 모두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아케인 제작진은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오리지널 캐릭터가 LoL 챔피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는데요. 현재로는 멜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아케인' 속 설정들이 게임에선 어떻게 구현되나요? 필트오버와 자운에 대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LoL 게임 내에선 소환사의 협곡만 구체적으로 재현될 뿐, 필트오버나 자운과 같은 도시는 세계관 설명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룬테라’ 행성입니다. 룬(룬 문자)과 테라(땅)의 합성어로 ‘마법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행성에는 필트오버와 자운을 비롯한 13개의 국가가 있습니다.
필트오버와 자운은 사실상에 자매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상에 있는 필트오버는 다양한 지역의 상품을 실은 배들이 오가는 대표적인 무역도시입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필트오버는 룬테라 전역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로 거듭났고, 여타 국가보다 훨씬 발전한 과학력과 사회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규제와 억압이 존재하는 위선적인 면도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필트오버 지반 아래 위치한 자운은 매연과 공업 시설물이 가득한 지하도시입니다. 화학 약품과 환경 오염을 상징하는 초록색 안개가 항상 자욱한 곳이죠. 필트오버와는 여러모로 상반된 분위기의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운은 화학공학으로 인한 오염물과 위험이 도사라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자유로움과 기발함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각종 규제를 피해 필트오버의 연구자들은 자운을 찾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신지드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대체로 필트오버 출신 챔피언은 밝은 색체의 화려한 디자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케이틀린, 하이머딩거, 제이스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아케인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가수로 활약하는 '세라핀' 역시 파스텔 톤의 의상과 핑크색 머리가 인상적인 챔피언입니다.
반면 자운 소속 챔피언들은 어딘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들의 일러스트에는 초록색이 감도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시머를 만든 신지드, 자운의 오염된 하수구에서 태어난 역병쥐 '트위치', 독성물질로 만들어진 '자크' 등 보면 필트오버와 자운 소속 챔피언의 차이가 확실히 보입니다.
마법공학·시머도 게임에 등장하는지 등등 작품과 게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아케인 2부에서 제이스와 빅토르는 마법공학 수정을 통해 여러 가지 장비를 만드는데요. 게임에서도 ‘마법공학’이라는 단어가 붙은 아이템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법공학 로켓 벨트’, ‘마법공학 교류발전기’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설정상 마법공학을 이용한 무기를 사용하는 챔피언도 게임 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아케인에 등장하는 모든 게임 챔피언들은 마법공학 무기를 사용합니다. 8화에서 바이, 제이스가 각각 해머와 건틀릿을 착용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징크스는 9화에서 마법공학 기술을 활용해 로켓을 쏘아 올립니다. 이 밖에 빅토르, 케이틀린도 마법공학 무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시즌 2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머는 아직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LoL 내에는 마법공학의 반대개념인 화학공학이 존재하는데요. 자운에서 개발된 화학공학은 위험하지만 사람들의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게임에는 ‘화공펑크 사슬검’, ‘화학공학 부패기’ 등의 아이템이 있습니다. 시머가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동일하게 등장하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8화에서 제이스와 바이의 전투 장면에서 적들은 시머를 활용한 마스크를 쓰고 등장합니다. 이 장비를 착용하면 이동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게임에서는 ‘터보화공탱크’라는 아이템으로 등장합니다.
LoL에도 서사적인 플롯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아케인'의 이야기는 게임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9회 결말을 보면 자운과 필트오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게임에서 펼쳐지는 건가요?
LoL 게임 자체에는 서사적인 플롯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챔피언의 배경 설명 등에서 각각의 스토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상 아직 두 지역의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향후 시즌 2에서 두 세력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필트오버와 자운 측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실코’·‘밴더’의 전사 등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은 시즌 2 등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되나요?
한때 ‘밴더’와 ‘실코’는 지하도시의 자치권 독립을 위해 힘을 합친 동료였지만, 방법론적인 이견을 보이며 갈라서게 됐습니다. 시즌 2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향후 진행되야 할 사건이 많이 남아있기에 두 사람의 전사가 자세히 다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다만 우리는 밴더의 존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3화에서 밴더가 죽은 것처럼 묘사되는데요. 3막 신지드의 실험실에 한 남성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LoL에는 신지드의 실험으로 탄생한 ‘워윅’이라는 늑대인간 챔피언이 있는데, 아케인 시즌 2 예고편 마지막 부분에 워윅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신지드의 실험으로 밴더가 워윅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바이와 징크스는 게임에서도 애증의 관계로 등장하나요?
그동안 게임 내에서 두 사람이 자매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었습니다. 게임 속에서 징크스는 바이를 향해 ‘주먹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도발합니다. LoL IP를 활용한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LoR)’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바이는 징크스에게 “널 대체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지?”, “정말 세상 짜증 나는 웃음”이라는 등 다소 거친 반응을 보여줍니다. 징크스는 바이에게 “내가 징크스야, 기분 나빠?”, “유머감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등 조롱조로 말합니다. 게임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아케인 속 애틋한 자매라기보다는 우리가 익히 아는 ‘현실 자매’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다만 아케인 공개 이후 두 인물 간의 대화 상호작용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여담으로 게임에서 바이는 파트너 케이틀린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편인데요. 바이의 궁극기 '정지명령'을 맞은 적에게 케이틀린이 궁극기 '비장의 한발'을 적중시키면 "하이파이브, 컵케이크"라는 특수 대사가 나옵니다. 컵케이크는 바이가 만든 케이틀린의 애칭입니다. 아케인에서도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있으니 꼭 한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바이·징크스 등 '아케인' 주요 등장인물의 특징(성격·전투능력 등)이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구현되나요?
개인적으로 아케인을 보면서 감탄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는데요. 게임 속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싱에 능한 바이는 건틀릿을 끼고 강력한 펀치를 날립니다. 징크스의 권총과 개틀링건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 징크스가 날리는 로켓은 게임 속에서 ‘초강력 초토화 로켓’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이 기술은 징크스의 궁극기로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제이스 역시 게임 내에서 해머를 들고 활약하는데요. 아케인 내 바이와의 전투에서 볼 수 있듯 해머의 구조를 변경해 원거리 투사체를 발사하거나, 근거리의 적을 해머로 공격하는 전투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LoL 유니버스는 무엇인가요?
LoL 유니버스는 LoL 세계관을 일컫는 공식명칭입니다. 룬테라 행성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157개 챔피언들의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주인공을 다룬 개별 영화가 있고, 이들이 모두 모인 시리즈를 ‘어벤져스’로 명명한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LoL에는 룬테라가 배경이 되는 세계 외에도 각각의 스킨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평행 세계관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가상 케이팝(K-POP)을 아이돌 그룹 K/DA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아리’, ‘아칼리’는 LoL 유니버스에서 구미호와 닌자로 등장하지만, K/DA 세계관에서는 메인보컬, 래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캐릭터들을 활용한 콘텐츠들도 계속 나오는 건가요?
우선 아케인 시즌 2에서는 징크스, 바이, 케이틀린의 서사가 조금 더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아케인 시즌 1에서 잠시 나왔던 녹서스의 이야기도 다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아케인 제작진은 “라이엇이 보유한 LoL IP에는 수많은 챔피언과 지역이 있다”며 “우리의 방향성에 대해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준다면 추가적인 시리즈도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케인 시즌 2 이후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LoL 챔피언이 등장하는 다양한 게임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향후 애니메이션 시리즈와의 연계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