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에 주로 사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책 마련은 요원하다.
26일 기준, 온라인상에는 단추와 안경, 라이터, USB 모형의 초소형 카메라가 판매 중이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 출시된 차키 모형의 초소형 카메라는 “실제 자동차키 디자인을 그대로 따왔다”며 “렌즈를 덮어 완벽한 보안이 가능하다”고 소개됐다. 상품 판매자는 ‘몰카탐지기에 걸리느냐’는 구매자의 질문에 “모든 제품은 내장 저장 방식이다. 아주 미세한 주파수를 잡아낼 수 있는 탐지기는 현재 과학으로는 어렵다”고 답했다.
구매도 간단하다. 구매자에 대한 별도의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는 것처럼 간편하게 누구나 초소형 카메라를 살 수 있다. 구매 후기에는 “화질이 정말 선명해서 좋아요” “야간에도 잘 보여요” “재밌게 잘 쓸게요” 등이 게재됐다.
문제는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반포 등) 위반 범죄는 지난 2011년 1535건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4881건이다.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가 7615건 일어났다.
불법촬영 범죄는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여교사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파면됐다. 지난 6월에는 운전학원 강사로 근무하며 교습용 자동차 운전석 아래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 여성 수강생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남성이 구속됐다.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도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적발됐다.
초소형카메라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166개 단체는 25일 학교 내 불법촬영과 디지털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초소형 카메라 취급·취득 시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됐다. 한 달 동안 23만3758명이 동의했다. 고주희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청원에 대해 “초소형 카메라 등 변형 카메라에 대한 등록제 도입과 위반 시 처벌을 위한 벌칙규정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초소형 카메라 등 변형 카메라 관련 규제 방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초소형 카메라는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잦다. 등록제 등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서 “등록제를 실시한다면 판매 업체의 호응을 이끌어낼 방법과 시중에 이미 유통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등록할지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