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정말 묘합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는 28일 오후 4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37라운드 FC서울과 맞대결을 가진다.
강원은 현재 9승 12무 15패(승점 39점)로 리그 11위다. 10위 서울(승점 43점)에 4점차로 밀려있다. 무조건 이겨야 최종전에서 잔류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면 12위 광주FC(승점 36점)과 최종전을 통해 강등 직행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두고 다투게 된다.
이날 경기는 최용수 감독이 강원에 부임한 이후 치르는 첫 경기다. 2011년 4월 서울에서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최 감독은 서울에서 수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2016년 중국 장쑤 쑤닝의 감독을 맡으며 서울을 떠났으나 2018년 하반기 당시 강등 위기에 있던 서울로 복귀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키기도 했다.
약 7년간 서울을 지휘했던 최 감독이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는데, 하필 첫 경기부터 친정팀을 만나게 됐다. 잔류를 앞두고 반드시 친정팀을 이겨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직시하게 됐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어수선한 상황에서 제가 들어왔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팀을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 경기에 따라 우리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며 "피하고 싶지 않았고 우리 팀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대는 좋은 흐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적절한 대응책을 가지고 경기를 치를 것이다. 팬들 앞에서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친정팀을 상대하게 돼 기분이 묘하다. 그러나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친정팀인 서울에 대해 “전술, 전략에 대해 말씀 드릴 순 없다. 경기 양상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에는 결정을 지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선수들이 요소요소에 포진해있다”며 “개인이 아닌 지역, 협력 수비로 차단할 생각이다. 축구는 수비만 할 수 없다. 더 과감히 상대 약점을 찾아서 공략하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현재 경기장 잔디 보수를 위해 홈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최 감독도 잠실과 연이 있다.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인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헤딩골을 득점한 바 있다. 당시 최 감독은 세리머니를 위해 광고판에 올라가려다 넘어진 기억도 있다.
최 감독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접근을 하려 한다. 상암보다는 잠실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라며 “냉정하게 우리 팀에는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 컨디션이 아직 아니다. 누구든 득점하고 광고판에 가서 세리머니 하면 좋겠다. 요즘 친구들은 영악해서 넘어지지 않을 거 같다. 넘어지지 않을 거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현재 강등 위기인 팀의 상황에 대해 최 감독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났으면 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상황을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런 상황까지 왔다. 우리 선수들은 순수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들이 있더라. 선수들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잘 해가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감독은 주전 골키퍼로 이범수 대신 이광연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이광연은 U-23세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이고, U-20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다. 이 친구의 실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떨어진 자신감을 대화를 통해 회복시키려고 했다. 상대가 공중볼을 이용한 공격이 아닌 다양한 패턴을 구사한다. 예측이 빠른 이광연을 그래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오늘은 강원의 감독으로 왔다. 서울 응원가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경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