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연승을 달리며 리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여자부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기존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잔류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의 주축 선수인 박정아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 시즌 승점 1점이 부족해 봄 배구 진출권에 실패한 만큼 올 시즌은 기대해도 좋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고 한국도로공사는 1라운드에서 3승 3패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면서 중위권에 내려갔다. 전 시즌과 선수 구성이 똑같은데도 선수간 호흡이 맞지 않은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박정아는 올림픽을 치른 여파인지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 줄어들자 켈시 의존도가 높아졌다.
1라운드에 고전했던 한국도로공사는 2라운드부터 질주를 시작했다. 5승(1패)을 쓸어 담으며 탄력을 받더니 3라운드 들어 치러진 4경기에서 전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천적' GS칼텍스를 3대 1(21-25 25-19 25-19 25-19)로 꺾고 8연승을 질주했다. 중위권이었던 한국도로공사는 어느덧 2위(승점 34점)까지 올라왔다.
20일 기준 한국도로공사는 블로킹(158회), 리시브(467회) 1위, 득점(801점) 3위 등에 올라 있는 등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자랑한다.
한국도로공사의 최근 상승세에는 ‘중고 신인’ 세터 이윤정이 있다. 실업배구 수원시청에서 뛰었던 이윤정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초반 이고은이 주전 세터로 나왔던 한국도로공사는 2라운드 초반부터 세터를 이윤정으로 바꾼 뒤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이윤정은 선수 한 명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볼 배급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지난 14일 이윤정을 향해 “기대 이상이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전 세터 교체 후 주전 공격수들도 폼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시즌 초반 기복을 보이던 박정아는 3라운드 돌입 이후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지난 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시즌 개인 최다득점인 19점을 올리면서 현대건설의 12연승을 끊어내는 데 일조했다.
켈시도 점점 안정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현재 득점 3위(379점), 공격 성공률 3위(42.49%)를 기록하는 등 정상급 외인으로 발돋움했다.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때리는 스파이크가 족족 상대의 코트에 꽂힌다.
베테랑들의 헌신도 돋보인다. 최고령 선수인 센터 정대영은 올 시즌 블로킹 3위(0.73개), 속공 7위(40.54%)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리베로 임명옥도 수비 1위(8.38개), 디그 3위(5.24회)로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상승세를 탄 한국도로공사가 단독 선두 현대건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현재 두 팀의 승점차는 11점차다. 아직 두 팀의 승점차가 꽤 크지만 후반기 일정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순위표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로공사는 오는 23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팀 최다연승 타이인 9연승에 도전한다. 1승을 추가하면 2011~2012시즌과 2014~2015시즌에 기록한 팀 최다 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