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어느 후보도 선택하지 않는 부동층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선정국이 네거티브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유권자 표심이 길을 잃은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업체의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주 전 조사 대비 후보는 3%p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후보의 지지율은 7%p 내린 29%를 기록했다. 조사는 20~22일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0~21일간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35.2%(1.2%p↓), 이 후보는 32.9%(3.4%p↓)를 각각 기록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20~21일 유권자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윤 후보가 40.1%, 이 후보가 37%를 기록했다. 각각 5.2%p, 0.1%p 하락한 수치다.
두 후보의 내림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NBS 조사에서 부동층은 17%에서 25%로 늘었다. 한국 갤럽도 14.3%에서 16.6%, 리얼미터도 7.2%에서 10.8%로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사태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론적으로 따지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주요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더 좁혀져야 한다”며 “지지 후보를 유보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예외적”이라고 평가했다.
원인으로는 극한으로 치달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도가 높아진 점이 꼽힌다. 최근 이 후보는 아들의 도박·성매매 논란,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과 장모 최씨의 잔고 증명서 위조 등 ‘가족리스크’가 선거 전반을 휩쓸면서 정치권은 정책 대결 대신 정쟁 대결만을 펼치고 있다.
후보자들의 잇따른 ‘실언’도 문제다. 윤 후보는 지난 22~23일간 호남 행보에 나섰다. 단 이틀간 윤 후보의 ‘입’은 네 차례나 논란에 휩싸였다.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 △앱으로 실시간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가 온다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 운동 등의 발언이다.
신 교수는 “17대·18대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비호감도는 30%대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비호감도가 60%대를 오간다”며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결국 네거티브전이 극한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합리적 경쟁이 아니라 극한 싸움에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폭증했다. 정치권 자체에 대한 돌을 던지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지지율 전망은 엇갈렸다. 신 교수는 “현재 부동층은 증가했지만,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지지율이 빠졌다. 두 사람 중 지지율이 더 많이 떨어진 사람은 윤 후보”라며 “부동층이 그만큼 지지를 이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윤 후보가 그만큼 부동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윤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표심”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 교수는 “막판에 투표한다면 부동층은 결국 지지 후보를 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윤 후보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도 밉고 현재 문재인 정부도 미워서 윤 후보를 택했는데, 윤 후보가 최근 실언, 가족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더한사람’이라는 인상을 줬다”며 “앞으로 윤 후보가 표심을 끌어올 만한 행보를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