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후보 첫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한 4인의 대선후보들이 각자 입장을 가지고 사회, 정치, 외교·안보 등에서 자신의 정책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장동 의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발언’ 등의 문제가 나오며 혼전이 이어졌다.
연금개혁 부분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뜻을 같이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연금개혁의 문제는 다른 부분이라며 다른 의견을 냈다.
이 후보는 “부담률과 수혜의 불공정 문제의식이 있다”며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와 토론이 필요하고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공무원 연금이 공무원 급여가 올라가면서 개선하지 못해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일본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안 후보는 “자기가 근무한 기간과 그동안 낸 액수에 따라 은퇴 후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심 후보는 연금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 후보는 “연금 수지 불균형도 문제지만 용돈 수준의 연금이라 노후보장이 되지 않는다”며 “안 후보가 연금 통합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취임 시 어떤 정상부터 만나겠냐는 질문에 대선후보 4명의 대답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 특성상 국익중심·실용외교가 중요하다”며 “상황에 맞춰 합의 후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겠다”고 대답했다.
심 후보는 ‘북한’과의 회담을 꼽았다. 심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정상회담을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4자 정상회담을 통해 ‘모라토리엄’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미국’ 정상을 만나 한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윤 후보는 “미국·일본·중국·북한 순으로 만나겠다”며 “민주당 집권 동안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져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도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해결책을 찾은 뒤에 중국과 대화해 국제 규범에 따라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선후보 4인은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 부동산 정책으로 각각 ‘공급 확대’, ‘규제철폐’, ‘정치권 합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 이 후보와 안 후보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작동 시켜 시장에 의해 (풀어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통해 내 집 마련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부동산 정책 목표는 주거 안정”이라며 “현재 자가 보유율이 61%인데 임기 말까지 80%까지 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윤 후보는 ‘규제철폐’를 우선시했다. 윤 후보는 “내 집이든 전셋집이든 일단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제거할 것”이라며 “대출규제 완화와 임대차 3법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심 후보는 ‘정치권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 심 후보는 “집값 하향과 안정화를 위해 정치권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며 “땅과 집으로 돈 버는 시대를 끝내겠다는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사드추가 배치를 두고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격돌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수도권에 설치한다면 해당되지 않는다”며 “왜 다시 설치해 중국의 반발을 불러오려고 하는가. 어디에 설치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사드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사드가 당연히 필요하다.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군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원자력 문제에서도 첨예한 대립각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RE100과 EU택소노미(EU Taxonomy) 등을 언급하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치와 핵폐기물 처리 방식에 따라 녹색 에너지로 인정받는다”며 “어디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핵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 백 퍼센트와 수소경제는 막연한 이야기”라며 “파이로프로세싱을 이용해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만큼 고도화될 것”이라고 공세를 차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 윤 후보와 심 후보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부동산 관련 토론에서 ‘대장동 의혹’을 두고 설전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과 10월 서울 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각각 ‘이 설계 내가 했다’, ‘성남시 몫이 얼마나 확실하게 담보될 것인지 설계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며 이 후보에 대한 ‘설계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검증된 사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언급한 사안은 국정감사 이틀 동안 검증된 사안”이라며 “최근 언론검증까지 검증했다. 검찰 수사도 진행되는데 시간 낭비보단 민생과 경제 이야기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심상정 후보도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심 후보는 “추가 수익 조항을 넣지 않고 공사이익 확정이 최선이라는 말을 했다”며 “김만배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장 지침이라 배임이 아니라는 맥락과 같지 않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후보가 투기세력 결탁한 공범이냐 활용당한 무능이냐의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윤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두고 옹호한 발언을 지적받았다. 심 후보는 “얼마 전 녹취록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안희정 편’이라며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한 적이 있다. 성범죄자 안 전 지사의 편이 맞냐”고 물었다.
심 후보는 “이 자리를 빌어 녹취록 공개로 2차 가해 피해를 받는 김지은씨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계속된 심 후보의 압박에 윤 후보는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내가 한 말은 아니지만 김지은씨를 포함해 모든 분께 공인의 아내도 공적에 위치에 있으니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토론이 종료된 후 4명의 대선후보들은 기자들과 만나 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 후보는 “정책적인 부분을 세부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국민들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과 경제”라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이재명이 백 퍼센트 환수 못 한 것은 지적할 수 있지만, 민간이 백 퍼센트 이익을 갖도록 강요했던 사람들은 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토론회에서 물어보고자 한 것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다자토론이다 보니 질문할 것의 5%도 제대로 못 물어봤다”고 말했다. 양자 토론에 대해서는 “양자토론의 경우 중계와 녹화가 안 된다고 하니 무슨 의미가 있냐”며 “오늘 다들 보니까 자료를 들고 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해명됐냐는 질문에 윤 후보는 “의혹을 많이 제기할 시간도 없었고 물어보면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며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자신 없는 거 아닌가. 자신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 대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심 후보는 이번 토론이 더 어려웠다는 소감을 남겼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사실관계를 부정하거나 사실 이해가 달라 토론이 어려웠다”며 “다음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세입자·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 후보는 이번 토론회를 ‘탐색전’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처음이라 서로 제일 높은 수준의 무기를 안 꺼내 놨다”며 “연금 개혁에 대해서 동의를 얻은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토론에 나름대로 각자의 특성이 어느 정도 나타난 토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현범‧김은빈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