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완곡한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23일 남은 상황에서 안 후보의 조건부 단일화 제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에 대해 언급했다. 안 후보는 “180석이 넘는 여권을 상대로 100석이 겨우 넘는 지금의 야권 의석을 가지고 개혁과 정치 안정을 동시에 이뤄내기 어렵다”며 “야권 후보가 박빙으로 겨우 이긴다고 해도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혁신과 압도적 대선 승리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이용하면 금방 (단일화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가 언급한 기존 방식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합의했던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경선이다. 두 개의 여론조사가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질문해 합산하는 무선전화 100% 면접 조사 방식이다.
범야권에서는 시기적 문제와 입장선회 등을 두고 비판이 쇄도했다. 홍준표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 ‘청년의꿈’에 올라온 ‘안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늦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개의 글을 올리면서 안 후보의 단일화 발언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부처님 손안에 있는 손오공 사진을 올린 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것이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비판했다.
다음 글에선 “매일 네이버를 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니까 본인중심으로 단일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토론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 15초 나눠주는 것도 대단한 인심을 쓰는 듯 하는 사람과 뭘 공유하냐”고 공세를 높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상정은 양당정치에 단호히 맞서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안 후보의 입장 전환을 지적했다.
심 후보는 “(안 후보가) 구체제 종식과 정권교체 명분을 내걸었지만, 구체제의 한 축과 손잡고 결별이 가능하겠냐”며 “양당 간 정권교체는 기득권 교대일 뿐이라는 공언은 어디로 갔냐”고 비판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를 ‘단일화 직업정치인’이라고 직격했다. 장 이사장은 “여론조사 단일화는 지난 10년간 안 후보가 보여준 단일화 직업정치의 본모습”이라며 “때만 되면 단일화카드 장사를 시작한다는 기억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10년 전 우려먹던 ‘단일화 사골국물’을 지금까지 그대로 들고나왔다”며 “안 후보의 새정치의 본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단일화 제의 시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움직이지 않는 일부 중도층을 잡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시기에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일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선관위에서 ‘사퇴도장’을 찍기 전까지 빨리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단일화라는 충격 요법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후보 간 신뢰가 있는 상황도 아니고 여론조사가 있을 때 확고히 승리한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안 후보가 언급한) 여론조사 경선 자체는 불가능”이라며 “공동정권 운영을 기반으로 한 안 후보의 양보가 아니면 단일화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 후보가 후보 등록일에 단일화를 언급한 것은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으로 보인다”며 “안 후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없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엔 대승적인 차원에서 단일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