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이재명 게이트’ 존재 여부를 두고 사퇴까지 언급했지만 실제로 ‘대장동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대장동 녹취록 중 ‘이재명 게이트’가 있냐”며 “허위 사실이면 사퇴할 것이냐”고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토론 직후 ‘이재명 게이트’가 언급된 녹취록이 월간 조선에 공개됐다. 월간조선은 “해당 녹취록은 2020년 10월 26일 녹음됐다”며 녹취록 캡처본과 함께 “이 후보가 기사 내용을 못 믿는 것 같아 캡처본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대장동 의혹’ 핵심관계자 김만배씨와 정영학씨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정씨가 “일단 뭐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시죠”라고 말하자 김씨가 “오리역이나 신경 쓰자. 형이 오리역을 해보겠다”며 “(‥) 했으니까 망정이지. 이재명 게이트 때문에..”라는 발언을 했다.
다른 녹취록에서는 김씨가 정씨와 대화하면서 이 후보를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씨가 “(이재명) 지지율 2위가 나오면 높게 나온거 아니냐”고 말하자 김씨가 “이재명은 대통령이 된다”고 답했다.
또 정씨가 이 지사의 여론조사를 언급하자 김씨는 “아니 아니,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미스터 리가 이게 된다”며 “그런데 측근들이 옆에 있다가, 걔를 감시하는 눈들도 많을 것 아니냐”고 반응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 후보가 언급한 ‘사퇴’를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 않냐고 반격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게이트’ 언급 부분이 허위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녹취록에서 ‘이재명 게이트’라고 나온다”며 “이 후보가 거짓말했으니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특검은 지금이라도 빨리하면 된다”며 “경찰, 검찰, 공수처 등이 야당 후보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도 (윤 후보를) 못 죽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경험을 언급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와 법인카드 이야기가 나오면 답변을 회피해 버린다. 이는 해명이 안 되는 짓을 했기 때문”이라며 “지방자치단체를 하면서 이렇게 쓰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대선 토론회 명장면 둘’이라는 제목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발언을 작성한 후 “월간조선에 2020년 10월 26일 녹음된 ‘이재명 게이트’ 녹취록 캡처본 화면이 홈페이지에 게재됐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 후보가 ‘이재명 게이트’가 (녹취록에) 나오지 않으면 윤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했냐”며 “버럭 화부터 내지 말고 제발 팩트체크나 먼저 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토론 직후 ‘이재명 게이트’가 녹취록에 나온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며 “이 후보는 사퇴할 생각이 있냐. 아니라면 윤 후보에게 지금이라도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녹취록 캡처본을 올리고 “이재명 후보님 ‘이재명 게이트’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냐? 여기 있다”고 글을 올렸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캡처본을 올리고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공방을 지적했다. 장 이사장은 “이 후보가 무던히 윤 후보와 대장동 게이트를 엮으려고 노력했다”며 “윤 후보는 ‘이재명 게이트’를 언급해 대응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지만, 윤 후보는 웃음으로 넘기면서 대장동 몸통은 이 후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윤 후보의 주장이 옳았다. 녹취록에는 ‘이재명 게이트’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 후보의 ‘이재명 게이트’ 사퇴 발언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장동으로 윤 후보를 엮는 전략이 판단 실수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 교수는 “이 후보가 대장동으로 윤 후보를 공격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공격 포인트를 삼은 것 자체가 전략적 실수”라며 “이 후보가 대장동을 설계했다 등의 발언으로 인해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경선인 지난해 10월 민주당 내에서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게이트’라고 말한 발언이 나왔다.
당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민주당 의원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 절반 정도가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동근이 측근 중의 측근(이자) 심복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며 “이 후보가 실적 부풀리기, 책임 전가, 꼬리 자르기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낙연 후보도 야당이 주장하는 친문 검찰에 의한 부실 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낙연 후보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여러 문제가 민주당이나 대한민국에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지난 21일 “윤 후보가 언급한 ‘이재명 게이트’ 발언 시점은 2020년 10월 26일”이라며 “이 발언의 사흘 전인 10월 23일 이 후보는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당시 이 후보는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제기된 ‘이재명 게이트’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윤 후보의 이재명 게이트 주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녹취록이 나오자 상황을 모면하려고 꿰맞춘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