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뗀다.
아브라모비치는 27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나는 항상 구단의 이익을 염두에 둔 결정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구단의 관리권을 공익 재단에 넘긴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향후 첼시 구단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첼시 구단 디렉터인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이아와 기술 및 퍼포먼스 어드바이저인 페트르 체흐 이사 등이 당분간 구단을 운영하게 됐다.
러시아 석유재벌인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를 인수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팀을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바꿨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한 이후 구단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차례, 유로파리그 우승 2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FA컵에서 각각 5차례, 리그컵 3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도 우승하는 등 성공가도를 이어갔다.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하고, 리그에서 3위에 올라있는 첼시는 아브라모비치가 구단 경영 의사를 포기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경영권을 포기한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인 계기라는 분석이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로, 영국 정치권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첼시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흘러나왔다. 아브라모비치와 푸틴 대통령이 부패한 행위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로 인해 영국 정부는 아브라모비치의 영국 내 재산 압류, 경제 활동 금지 등 제재가 가할 전망이다.
다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구단 소유권을 포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골닷컴은 “최근 국제 정세에 의해 구단의 이미지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로만이 구단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리버풀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제이미 캐러거 CBS 해설위원은 “아브라모비치가 첼시의 경영권을 넘긴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포기한다는 것도 아니다. 경영권과 소유권은 다르다”라며 “첼시는 스스로를 욕먹이고 있다.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첼시는 몇 개 성명을 내놓았다. 나는 그것이 정말로 부족하고, 스스로를 실망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첼시의 운영도 이전과 달리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던 과거와 달리 첼시가 큰돈을 쓰긴 어려워 보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7일 “첼시의 자금 출처가 어떻게 나왔는지 확실치 않다. 영국 정부가 로만의 재산을 압류하면 첼시도 넘어가게 된다. 앞으로 첼시의 자금 사용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은 “구단주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이해하고 있다”며 “난 1군 선수단을 운영하고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마리나 및 체흐와도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 우린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