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교에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들 사이에 학벌에 따른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직자들 사이에서는 양질의 교육에 대한 수요를 소화할 교육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교육과 실습을 거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교육과 실습은 교육청의 인가를 받은 사설 ‘간호학원’, ‘간호조무사학원’ 등에서 수료할 수 있다. 이외에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과에서도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국가시험은 학사·전문학사 등의 학위 취득 여부와 관계 없이 응시할 수 있다.
현재 4년제 대학교와 전문대학교의 보건계열 학과 가운데 간호조무학과는 없다. 이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협회)는 학과 신설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자격증 취득 전후로 심화 교육을 원하는 이들이 적절한 교육기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협회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였다. ‘학원 출신’이나 ‘고졸’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현직자들의 역량 개발과 자아 실현을 좌절시키는 상황도 빈번했다.
최근 협회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센터와 협약을 통해 학과 신설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정책협약서에는 전문대 등 전문교육기관에 간호조무사 양성 제도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필두로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 인정 근거 마련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 및 수가 체계 마련 △보건·복지 정책사업에 간호조무사 참여 확대 △간호조무사 저임금 해소 및 처우 개선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학과 신설이 오히려 간호조무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간호조무사들이 대졸자와 고졸·학원 출신 등으로 갈리면, 학원과 특성화고 출신의 조무사가 실력과 관계 없이 학벌로 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학위 취득 여부에 따라 임금과 처우 등 고용조건에 격차가 생기는 현상도 불가피하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 간호과 교육자들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간호조무사 양성 교육이 2년제 전문대와 비교해 결코 부실하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와 전국특성화고간호교육교장협의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벌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차별의 심화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양질의 간호를 위해서라면, 간호조무사의 급을 나누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현행 간호조무사 교육·양성기관의 질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통해 강조했다.
하지만 협회 측은 이같은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맞서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간호과 교육자들은 간호사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자들은 현직·예비 간호조무사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비판이다.
전동환 협회 기획실장은 “특성화고 간호과 교사들은 간호사인데, 기본적으로 간호조무사와 오랫동안 직종 간 갈등을 빚어온 집단”이라며 “간호조무사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논의를 입지 다툼으로 왜곡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협회에서 실제로 현직 간호조무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추가적인 심화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며 “적절한 교육 기회가 없어 경력을 포기하고 30대~40대에 입시를 다시 치러 보건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 등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를 열어둔다면, 학벌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