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이근 전 대위가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샘물교회 교인 피랍 사건’이 회자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전 대위의 우크라이나 출국 소식이 화제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많은 국가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멋지다” “살아 돌아오라”는 응원글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도 상당수다. 특히 트위터 실시간 트랜드에는 이 전 대위 출국과 관련해 ‘샘물교회’가 해시태그(#) 키워드로 오르기도 했다.
샘물교회 사건은 지난 2007년 이 교회 선교단원들이 여행제한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하러 갔다가 탈레반 인질로 붙잡힌 사건이다. 억류된 23명 중 2명은 살해됐고, 정부의 협상 노력을 통해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모두 석방됐다.
한국은 테러집단과 직접 대면 협상을 하고, 협상대표인 국가정보원 요원의 신원이 노출됐을 뿐 아니라 거액의 금전적 대가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정부가 이들에게 출국 직전 몇 차례나 위험을 경고했으나 봉사단원들은 죽음을 각오했다며 유서를 작성한 뒤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이 이 전 대위의 행보와 겹쳐지며 온라인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이 전 대위팀이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전장에서 싸우다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히기라도 하면 국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러시아 대변인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에 들어온 외국인 의용군이 붙잡힐 경우 모두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 측 편을 들어 싸운 외국인 의용군은 그 누구도 전쟁 포로 자격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미국·영국 등 유럽, 일본 등에선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용군 지원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정부의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경우 여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전 대위는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와 유튜브 채널 락실(ROKSEAL) 커뮤니티를 통해 “비공식 절차를 통해 저희 팀이 문제없이 출국하고 우크라이나에 잘 도착해야 해서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다”며 “48시간 이내 계획 수립, 코디네이션, 장비를 준비해 처음에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출국하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대 때문에 비공개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위는 “제가 살아서 돌아가면 그때는 제가 다 책임지고 주는 처벌을 받겠다”며 “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해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이 전 대위가 포로로 잡히면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치 중인 휴전 국가”라며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본인만 위험한 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샘물교회가 (여행 제한 중인) 아프간에 선교하러 들어갔다가 포로로 붙잡혔던 일이 겹쳐 보인다”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 조회 수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날 우크라로 출국한 사실을 SNS에 알리면서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비행기 화물로 접수한 여행 캐리어 사진을 올리고 “우리 임무에 펠리칸 케이스 협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올렸기 때문.
누리꾼들은 커뮤니티에 “법까지 어겨가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실망” “이 와중에 캐리어 협찬 인증은 뭐냐” “정부가 자국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협박으로 몰고 자체적으로 행동하면서 그 와중에 협찬은 야무지게 챙겼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