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펄펄 끓는데…소아병원 명단만 주면 끝?

열 펄펄 끓는데…소아병원 명단만 주면 끝?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전화 연결도 어려워

기사승인 2022-03-16 15:57:15

“아이 열이 39.6로 응급실을 알아보는데 받아주는 것이 없어 구급차도 못 온답니다.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이 있으면 뭐합니까” (생후 17개월 자녀를 둔 이모씨)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다. 소아 확진자 수도 크게 늘면서 미접종 연령대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확진 소아 사망자가 늘고 있어 방역당국도 확진 소아 치료를 위한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지정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씨의 아이는 확진된 지난 14일 밤 열이 39.8도까지 올랐다. 몸은 축 쳐지고, 해열제를 교차 복용해도 열은 떨어지지 않아 아이는 더 울어댔다고 한다. 

가까운 응급실은 전화를 받지 않아 119에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코로나 비대면 응급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 뿐이었다. 코로나 비대면 응급 상담실에서는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을 알려주겠다”며 병원 명단이 적힌 리스트 사진 한 장 보낸 게 전부였다.

이씨 부부는 명단 속 모든 병원에 전화했지만 한 곳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40도에 육박한 고열이 지속되자 이씨는 다시 119에 연락했지만, 구급대원으로부터 “(병원) 자리가 없어서 받아주는 곳이 없다. 알아는 보겠지만 아이가 경기를 일으킨다해도 바로 갈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란 말을 듣고 좌절했다. 

결국 부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부터 대면 진료가 가능한 모든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남는 병상이 있으면 연락 주겠다던 보건소와 119에서는 현재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이씨는 “(119에 확인해 보니) 부모가 확진인 경우 일부 대면 병원에서 아이의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먼저 전화를 한 뒤 방문하라고 전달받았는데 100통 넘게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안 된다. 이럴거면 명단은 왜 주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구급대원 분이 대면 진료가 가능한 한 소아과의 경우 문 여는 시간에 방문해도 기본 2시간 대기라고 하더라. 40도 가까이 열이 끓는 아이와 2시간 넘는 시간을 어떻게 대기하란 건가”라며 말했다. 

이씨가 코로나19 비대면 응급 상담실에서 받은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 명단 사진. 사진=이씨 제공

환자 이송을 맡은 한 구급대원은 “저녁만 돼도 열이 난다는 전화가 수백통 들어온다”며 최근 부쩍 늘어난 구급 요청에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온라인에도 비슷한 글이 쏟아진다. 아이가 열이 오르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속이 타들어 간다는 글이 상당수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 이후 소아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어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0살 미만 소아 사망자는 15일 0시 기준 누적 8명으로 늘었다. 위중증 환자도 6명에 이른다. 

한 학부모는 지역 맘카페에 “확진 가족인데 아이가 지금 열이 난다. 나갈 수가 없는데 대면 진료를 어떻게 해야 하나. 보건소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 맘카페 회원들은 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 명단이나 예약 하는 방법, 실제 진료를 받은 후기 등을 공유하며 위급 상황을 서로 돕고 있는 모습이다.

소아 확진은 늘고 있지만, 16일 기준 소아특화거점병원은 전국적으로 총 78개에 불과하다. 아직 강원, 세종, 제주에는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이 없다. 

확보된 병상은 3014개. 이중 1719병상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소아특화 거점병원이 없는 곳에 병원 더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소아 확산세를 막기 위해 오는 31일부터 만 5~11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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