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미화·미성년자와 연애… 요즘 드라마 시끌시끌

불륜 미화·미성년자와 연애… 요즘 드라마 시끌시끌

기사승인 2022-03-17 18:56:17
불륜을 미화한다고 지적받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방송화면 캡처

# 헤어진 후에도 사귀던 남자를 계속 만나는 여자가 있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남자다. 하지만 여자를 잊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여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자 더 애틋한 사이가 된다. 만남을 말리던 친구들은 여자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고, 오히려 만남을 지지해준다.

# 우연한 기회로 얽힌 스물둘과 열여덟 남녀가 있다. 만남이 거듭되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스물셋, 열아홉이 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정의하려 한다. 열아홉은 “우리는 지인, 친구, 연인에도 속하지 않으니 우리만을 지칭할 수 있는 단어를 만들자”고 한다. 스물셋은 말한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어. 나는 있는 그대로 널 사랑하고 있어.” 열아홉은 여자 고등학생, 스물셋은 남자 직장인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며 방송 중인 드라마를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JTBC ‘서른, 아홉’은 불륜 미화,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관계를 사랑으로 정의해 비판에 직면했다. 

‘서른, 아홉’은 불륜 관계에 당위성을 부여해 문제가 됐다. 극 중 정찬영(전미도)과 김진석(이무생)의 러브라인이 그렇다. 둘은 사랑했으나 헤어졌고, 김진석은 강선주(송민지)와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가 생겨 책임감으로 결혼했다. 그럼에도 정찬영과 김진석은 계속 만난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오히려 정찬영은 “(결혼 후) 자진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김진석이 자기 자식이라 믿던 아이는 친자가 아니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불륜인 건 변하지 않는데도 ‘그럴 만한 불륜’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불편하단 반응을 보였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틸컷.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를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극 중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서로를 구원하며 애틋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동안은 이들의 감정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데서 그쳤으나, 지난 13일 방송된 10회에서 백이진이 나희도와의 관계를 ‘사랑’으로 정의하며 비판 대상이 됐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의 로맨스를 그려도 되지 않냐”, “성인과 미성년자 로맨스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게 옳은 일이냐”는 등의 날 선 평을 남겼다.

대중매체가 갖는 파급력이 큰 만큼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TV 콘텐츠가 부적절한 소재를 긍정적으로 다루면 은연중에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걱정하는지 공감된다”고 말했다. 반면 시청자들의 비판에 극이 위축되는 것을 경계하는 반응도 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멜랑꼴리아’는 사제지간 로맨스에 대한 반발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는 비판적인 의견일수록 강하게 내세우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면서 “반응들에 위축되기보다는 정당한 지적은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전개로 만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소재 활용 방식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는 시각도 있다. 시청자들의 도덕적 잣대가 엄격해진 것보다, 소재와 메시지 전달이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더 민감히 반응한다는 의견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OTT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수위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다양한 소재에 관대해졌다”면서 “극이 가진 메시지와 소재가 겉돌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극적인 소재여도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다루는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잘 활용했는지에 따라 오히려 호평을 얻는 경우도 있다”면서 “비판을 받으면 여러 소재를 단순히 자극을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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