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 다수가 2022년 총학을 꾸리지 못한 상태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SNS를 통해 “기존 후보 등록 마감 시각이었던 15일 오후 7시에서 연장해 오후 8시30분까지 등록을 받고자 했지만 후보자가 없다”면서 54대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알렸다.
위원회에 따르면 입후보를 희망해 추천인 서명을 받았던 예비 후보는 있었으나 추천인 수 미달로 입후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끝내 등록하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2년 연속 총학생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게 됐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1월 열린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한 후보가 출마했다가 후보자 약력 허위 기재 등으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면서 무산이 됐다. 국민대는 지난 14일 추천인 수 미달로 입후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총학을 꾸리지 못한 못한 대학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나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등 대체조직을 만들었다. 숙명여대와 연세대는 지난 1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동국대는 53대 총학생회가 임기가 끝난 뒤 지난달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집했으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지원자가 없어 무산됐다. 결국 중앙 단위와 단과대학 대표자들이 모인 총학생대표자운영위원회가 소통 창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총학 구성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학생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만 듣다보니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줄어든데다가 취업난으로 스펙 쌓기에 집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MT, 축제 등 총학이 주최하던 행사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총학생회 활동을 접할 기회도 줄었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서울 시내 한 대학 재학 중인 최모(20·여)씨는 “총학을 통하지 않고도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나 다른 SNS 등으로 학우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경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안모(23)씨 역시 “예전에는 총학이 신입생 OT, 축제 등으로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는데 지금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올해 총학 주축이 되는 3학년들은 소위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이다. 온라인으로만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확실히 이전에 비해 동기들과 유대관계가 깊지 않고 학생 자치 활동에 애정을 가지기 쉽지 않다”면서 “총학이 없는 학교의 경우 학우들이 문제가 있어도 의제화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그냥 넘어가는 등의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총학 부재는 학교 운영을 감시할 주요 ‘축’이 사라지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국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등록금 이라던지 중요한 학교 의사 결정에서 학생 의사가 ‘패싱’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생은 사학재단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총학이 없어진다면 밀실에서 이뤄지는 학교 운영을 막을 조직이 없어진다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학생들”이라며 “이들을 대변할 조직, 단위가 없어진다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