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를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유산유도제 도입 및 임신중지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적용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은 헌법을 위반한다고 인정되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조화시키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3년, 시한으로 정한 날짜가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제도적 보완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20여 개 단체가 모인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은 1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산유도제 도입·임신중지 의료행위의 건강보험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유산유도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임신중지에 접근할 방법인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미루고 있다며 신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떳떳하게 임신중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여전히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의약품을 구매한다"며 "유산유도제를 임신초기에 쓰면 99% 이상 확률로 안전하게 임신이 중지된다. 유도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임신중지 시 모자보건법상 제한적 조건에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여성들이 대출 등에 손을 뻗으며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중지 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하며, 지불 능력에 따라 권리 행사에 장벽이 있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집에는 체계적인 건강보험 정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