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최초로 OTT 생중계에 도전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쿠팡플레이와 포괄적 파트너십 조인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4년간 쿠팡플레이가 K리그의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을 보유하고 관련 콘텐츠 사업을 하는 등 K리그 발전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다음달 5일 K리그1 10라운드부터 K리그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기존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을 보유한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올해까지 중계가 이뤄지며, 내년부터는 쿠팡플레이가 독점으로 중계권을 가진다.
그간 국내 스포츠팬들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경기를 시청했다. 현재 프로축구를 비롯한 4대 프로스포츠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다음 등에서 중계가 제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리그가 OTT 시장에 발을 들이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OTT 업체가 프로 종목 중계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국내 프로스포츠 중 OTT를 통해 생중계가 되는 건 K리그가 최초다.
이와 관련해 연맹 관계자는 “뉴미디어와 온라인 중계권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을 통해 무료 중계가 되는 구조에서는 연맹이 수익을 크게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라면서 “OTT 서비스가 대중화된 시기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중계권료를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에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연맹이 쿠팡플레이와 뉴미디어·온라인 독점 중계 계약을 체결한 가장 큰 이유는 ‘중계권 가치 상승’이다. K리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가치에 비해 중계권료가 낮다보니 중계 퀄리티도 몇 년째 정체되고 있다. 연맹은 이번 계약을 통해 중계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 연맹은 늘어난 중계권료로 특수 카메라 투입 등 중계방송 품질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재투자할 계획이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에 투입된 ‘스카이캠’처럼 고품질 특수 카메라가 극소수의 경기에만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특수 카메라가 한 두 대만 들어가도 경기 중계가 더욱 역동적이고, 다방면으로 볼 수 있다. 중계권료가 늘어나면 이런 카메라들이 다른 경기에도 투입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연맹은 이번 계약을 통해 팬들이 돈을 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보다 수준 높은 중계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다. 유료 결제라는 진입장벽을 넘으면서까지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 중계권료를 높이게 됐는데, 중계 퀄리티 향상을 위해 인력과 장비에 재투자를 하는 걸로 방향을 잡고 있다. K리그가 ‘유료로도 볼 만하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그 이후에 중계권료가 더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맹과 쿠팡플레이는 K리그를 소재로 한 콘텐츠 제작도 할 예정이다. 나아가 쿠팡을 통해 K리그 굿즈를 판매하고, 이벤트 경기를 개최하는 등 K리그 팬층 확장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관계자는 “쿠팡플레이 측과 어플리케이션, 홈페이지 등에 K리그 중계 성격에 맞도록 UI(유저 인터페이스)와 별도의 페이지를 개발하는 것에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차기 시즌부터 쿠팡플레이가 단독 중계에 들어간다면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멤버십인 ‘쿠팡와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에 한해서 제공되며, 이용료는 오는 6월부터 월 4900원이다.
프로축구의 온라인 시청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초 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올 시즌 K리그1(1부리그) 포털 사이트 네이버 중계방송 경기당 평균 최고 동시 접속자 수치는 2만418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시즌 K리그1의 동시점 기준(1만9606명)보다 약 19% 증가한 수치다. 기껏 잡은 팬들이 OTT 중계로 인해 떠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리그를 최근에야 찾아 보기 시작했다는 이현용(26)씨는 “나는 K리그를 매 경기 보지 않는다. 여유가 있을 때만 생중계를 본다”라며 “하지만 내년에 만일 쿠팡플레이에서 온라인 독점 중계가 된다면, K리그를 봐야하는 지 고민이 된다. 차라리 하이라이트만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비관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연맹 관계자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 이외에 무료로 K리그 관련 영상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는 열려있을 것이고,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연맹의 SNS 채널에서 제공되는 하이라이트와 연맹과 계약한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2차 가공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정책은 지속될 예정”이라며 “기본 중계의 품질이 높아진다면 하이라이트나 2차 가공 등 무료 콘텐츠들의 품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