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멈춘지 20일이 지났지만 해결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일반 조합원들은 정부 개입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새 정부에선 “직접 개입은 어렵다”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도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달 15일 0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공사 중단에 따라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정률 52%에서 공사가 멈춘 상태다. 약 5586억원 가량의 공사비 증액이 문제가 됐다.
조합과 시공단 간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합 측은 시공단이 요구한 공사비 인상을 수용하되 2020년 6월 계약서에 법적·절차적 문제점이 있는 만큼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감재 계약이 과거에 진행된 만큼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고급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를 거쳤기 때문에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다고 반박했다. 마감재 변경 요청도 조합 측이 특정업체의 마감재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재로 진행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 면담도 불발됐다. 시공단 측에서 “신뢰를 잃은 이상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중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상황을 지켜보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분열 조짐이 일었다. 일부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원들은 지난달 22일 ‘둔촌조합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고 현 조합 집행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현 조합과 별개로 시공사업단에 정식으로 면담도 요청하며 공사재개를 위해 움직였다.
한 일반조합원은 “현 조합에 불만이 있는 이들이 일부 모인 것”이라며 “75~80%정도는 현 집행부를 믿고 지지하는 상황”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시간을 끌수록 조합원들이 불리해지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새 정부에서는 둔촌주공 사태 직접 해결에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둔촌주공 사태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라는 한 의원의 질의에 “국토부가 (서울시보다) 더 바깥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직접 개입하기보다 공사비와 관련된 서로 다른 견해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답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개입해도 양측에 손실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는 역할에 그칠 수 없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 측 다 싸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 기업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라고 개입할 수 없고 조합 측에 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도 100%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양측에 어느 정도 명분만 주면 합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결국엔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조합은 당초 예고한 시공단 계약해지 절차를 일시 중지했다. 서울시를 통해 중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와 시공단 간 협상이) 중단되지 않았다. 계속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서울시를 통한 중재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시공계약 해지 총회를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