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인데 왜?” 우리가 몰랐던 돌봄교실 허점

“한부모인데 왜?” 우리가 몰랐던 돌봄교실 허점

[육아 없는 저출산사회]②돌봄 곳곳 구멍
사각지대 속 방치되는 아이들

기사승인 2022-05-09 06:00:01

“혼자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게 많이 힘들었죠. 돌봄교실은 2학년까지만 할 수 있어서 3학년인 아이들은 갈 수 없었습니다. 학원에 의지했고 퇴근 후 아이들 숙제를 봐주거나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이혼 후 초3인 아이 셋을 키워 온 싱글대디 A씨는 돌봄교실에 대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싱글맘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돌봄교실을 이용할 땐 일찍 끝나 따로 공부방을 보내야 했다”며 “초등 3학년 때부터는 석식 지원이 되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퇴근 전까지) 아이를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초등 돌봄교실 수요↑…취약계층 우선 선발


현재 초등학생 돌봄 프로그램은 교육부 주관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 복건복지부의 다함께 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와 아동돌보미 등으로 분산돼 운영되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돌봄 서비스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2년도 범정부 온종일돌봄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56.16%)이 초등 돌봄교실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초등 돌봄교실은 저소득·다문화·한부모·조손가정 등에 우선 순위를 둬 대상자를 선정한다. 보통 자녀 셋 이상 다자녀, 맞벌이 등은 2~4순위로 선발해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선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밖 돌봄인 지역아동센터도 취약계층 아동 비율을 80% 이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맞벌이 등 일반 가정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 

서울의 한 초등 돌봄교실. 사진공동취재단


“사실상 못 간다” 장애아·장애 가정에 높은 문턱


장애 아동을 둔 가정에도 돌봄교실의 문턱은 높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아이를 둔 C군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 교육을 받으며 어렵게 초등 돌봄교실도 참여했다. B군의 어머니는 “돌봄 대상자는 학교 학생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돌봄교실을 신청했다. 돌봄 선생님에게 특수교육반 아이라고 하니 선생님이 ‘미안하지만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C군의 어머니는 “사실 돌봄지도사는 특수 교육을 배우지 않아 학교 입장에서도 불안했던 것 같다”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하고 있어 (설득 끝에) 돌봄교실에 들어갔다. 돌봄 교실에 갔을 때 선생님이 (장애 아동은) 처음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에도 돌봄교실 우선 대상이 아니다. 복지 관련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남편이 거동을 못 하는 중증 장애인으로 제가 보살피고 있다”며 “차상위, 맞벌이도 아닌데 초등 돌봄교실 (우선 대상) 유형에 해당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취직을 해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곳곳이 틈새…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아동


우선 대상이라는 취약계층에도 틈새는 있다. 1순위인 한부모 가정이라도 저소득 한부모에게만 발급되는 ‘법정한부모증명서’를 제출해야만 돌봄교실이 가능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학교의 경우 워킹맘이 혼자 아이를 키우더라도 법정한부모 증명이 되지 않으면 1순위가 될 수 없다. 한부모로도, 맞벌이로도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별거 중인 가정(사실상 한부모 가정)으로, 보호자가 정상적인 아동 돌봄이 어려워 조부모에 아이를 맡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학교 밖 돌봄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마저 놓친다면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교육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은 돌봄 공백에 홀로 방치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애경 한국방과후학교학회 회장(한서대 교수)은 “여가부 복지부 교육부 등 각 부처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찾아내고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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